[엔터미디어=듀나의 이 영화는..] 혹성탈출의 원작은 프랑스의 SF 작가 피에르 불의 장편소설이다. 우주선 여행자가 발견한 메시지라는 액자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은 준광속 우주선을 타고 베델게우스 태양계에 있는 행성에 도착한 지구인 우주인이, 유인원이 인간처럼 행성을 다스리고, 인간이 유인원 수준으로 퇴화한 세계를 발견한다는 이야기이다. 과학적 논리를 따른 순수한 SF라기보다는 허버트 조지 웰즈의 영향을 받은 정치풍자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68년 프랭클린 샤프너에 의해 영화화되었고, 사람들은 혹성탈출이라는 제목을 말하면 대부분 이 작품을 떠올린다. 영화는 원작의 많은 부분을 이용하고 있지만 원작의 액자구성을 버렸고 원작에서는 20세기 수준이었던 유인원 사회를 보다 투박하게 개조했으며 결말을 바꾸었다. 유명한 자유의 여신상 장면은 영화를 위해 새로 쓰여진 것이다.

혹성탈출은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두었고 이 성공은 예상치 못했던 시리즈의 시작이 된다. 네 편의 속편과 텔레비전 시리즈, 만화 시리즈, 만화책들이 뒤를 이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로운 아이디어는 유인원 주인공들이 지구 종말의 위기에서 탈출해 1973년의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유인원이 인간을 어떻게 정복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원담을 반복하지만, 그들의 미래가 첫 번째 영화가 그린 것과 같은 것이 될지는 알 수 없다.

2001년, 팀 버튼이 피에르 불의 소설을 다시 리메이크한다. 역시 지구인 우주인이 원숭이 행성에 떨어진다는 설정을 반복하는 이 영화는 샤프너의 영화보다 낙천적인 분위기로 흐른다. 단지 결말의 반전은 여전히 있는데, 이 반전은 샤프너의 영화보다는 원작 소설에 조금 더 가깝다.

2011년 혹성탈출 시리즈는 팀 버튼 시리즈를 무시하고 새로 리부트된다. 이전과는 달리 리부트 시리즈의 첫 편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처음부터 기원담으로 시작한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유인원 혁명의 리더였던 시저는 이번엔 알츠하이머 병 치료제의 실험대상이었던 엄마 때문에 천재적인 지능을 물려받은 침팬지로 등장한다. 영화 중간중간에 우주비행 중 실종된 화성우주선에 대한 언급이 여기저기에 나오는데, 아마 두 번째 영화에서 이들의 운명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혹성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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