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티드’ 냉소 말고 개선을, 연애 말고 일을…그런데 아이의 안위는?
중반부 접어든 ‘원티드’ 중간점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놓쳤나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교석·이승한 세 명의 TV 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로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가 선보이는 새 코너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충격적인 출발만큼이나 ‘시작의 서스펜스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보는 이들을 궁금하게 만들던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가 중간지점을 통과했다. 비록 극중 UCN <정혜인의 원티드>의 목표치인 시청률 20%에는 한없이 못 미치는 수치지만, 초반의 퀄리티 스타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원티드>를 [TV삼분지계]가 들여다봤다. 김교석 평론가는 작품의 장르적 만듦새를, 이승한 평론가는 작품의 주제의식을 칭찬했고, 정석희 평론가는 아이의 안위가 뒷전이 된 것은 아닌가를 지적했다.

◆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진짜 장르물 공중파 드라마의 탄생
이제 중반을 넘어섰지만 <원티드>는 장르물의 문법을 벗어난 타협을 하지 않는다. 정말 잘 만든 드라마라고 동네방네 소문내기에는 몇 가지 걸리는 점이 있지만 회가 거듭되어도 몰입의 단초가 되는 서스펜스를 잃지 않고 있으며 이야기의 행방을 놓고 시청자들과의 밀당을 팽팽하게 진행 중이다. 그래서 주연배우만 따라가면 되는 익숙하고 편안한, 쉬운 드라마가 아니다. 회가 거듭될수록 선악의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등장인물이 늘어나며 이들은 새로운 실타래가 된다. 김아중, 엄태웅, 지현우 등등 각각 명암을 가진 주연배우들부터 박효주와 전효성을 비롯한 조연들은 물론 사연을 간직한 범인까지 각각의 인물들이 품은 사연이 모자이크처럼 맞춰지면서 흐릿했던 포커스가 또렷해지는 방식이 아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범인이 가리키는 화살표는 점점 뒤로 빠져 멀어지면서 원거리에서 넓은 판을 보게 만든다. 그래서 어수선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과 구도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방식의 이야기 진행이다. 주연 배우에게만 몰입하면 모든 것이 명확하고 밝아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문법이 아닌데다가 중간에 몇 회 안 보면 줄거리를 파악할 수 없는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굳이 가지 않았던 어려운 길이다.
우리는 그동안 평면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이야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장르물이라고 해놓고는 결국 어차피 어디서 누가 무엇을 하든 로맨스로 귀결되는 드라마가 대다수인 이유다. 이런 현실에서 <원티드>는 로맨스와 코미디의 도움 없이 승부를 보는 제대로 된 장르 드라마다.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도전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 극에서 아이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는 어디에
여배우 정혜인(김아중)이 유괴된 아들 현우(박민수)를 찾고자 범인의 요구대로 생방송 리얼리티 쇼를 진행한다. 누가, 무엇 때문에? 일단 단 시간 내에 대본을 만들어 보낸 걸 보면, 케이블 채널로서는 힘겨운 시청률 20 퍼센트를 올리라는 단서를 붙인 걸 보면 방송사 이해타산과 관련이 있지 싶다. 그러나 하도 많은 사건과 인물이 얽혀 있는지라 중반을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렇다보니 방송이 점점 무서워진다는 보연(전효성)의 말마따나 아이의 안위는 어느새 뒷전이 되고 말았다.

만약 내 아이가 납치되었다면? 아이의 1분 1초가 걱정스러워 좌불안석일 텐데 현우 엄마 정혜인은 놀랍도록 대범하다. 어찌 보면 단순하기도 해서 다른 이들이 이 사건에 연계되어 죽거나 다치는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지만 아랑곳 안 한다. 아이의 위치를 확인하고 달려가 소리소리 지르며 건물 곳곳을 뒤지고 다닐 때는 뜯어 말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범인이 듣고 아이를 해치면 어쩌려고! 아이를 찾으러 나서던 순간에는 겨우 두어 명 따라 붙던 경찰이 시신을 찾으러 가면서는 한 무더기로 몰려 간 것도 이상하다.
동네 지구대도 아니고 온 세상에 공개된 사건이면 범인이 제시하는 미션 해결과 동시에 한 쪽으로는 아이를 구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납치범으로 밝혀진 나수현(이재균)이 당장은 아이에게 위해를 가할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긴 하나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아이의 안전이 아니냔 말이다. 아무리 극 중 얘기일지언정 또 그것이 잔인하게도 우리네 현실의 반영일지언정 현우가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할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 아프거늘.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냉소를 넘어 개선점을 이야기하는 <원티드>
앞서 난 이 드라마가 오늘날의 시대정신이 되어 버린 ‘냉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냉소를 극복하고 당면한 문제를 공동체의 자격으로 해결해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궁금해 했던 바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원티드>는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하다가 실신하는 정혜인(김아중)을 보고도 훌륭한 홍보라며 냉소하던 스타작가 연우신(박효주)은, 극이 중반으로 갈수록 방송에 활용할 수만 있으면 타인의 치부도 방송에 내려 하는 신동욱(엄태웅) PD의 선택을 제 선에서 커트하며 “한 사람의 동의도 없이 아픔을 들춰낼 만큼 방송이 중요하진 않”다고 말한다. ‘어차피 다 그런 것’이라며 개선의 노력 없이 악순환의 고리에 동참하는 냉소의 메커니즘을 거부한 셈이다.

극의 중심 미스터리인 나수현(이재균)이 사건을 저지르고 있는 이유 또한 조금씩 그 윤곽이 잡히며 드라마가 제기하고 싶은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도 함께 드러났다. 나수현은 현우(박민수)의 안위를 담보로 방송의 관심과 경찰의 수사인력을 과거 진실이 덮여버린 사건들을 재수사하는데 투자할 것을 강제한다. 그러자 지난 몇 년 간 묻혀져 있던 진실들이 속속 드러난다.
어떠한 이유로도 나수현이 저지르는 일이 정당화될 순 없으나, 최소한 나수현과 <원티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는 알겠다. 이해관계 때문에 진실보다는 자극에 방점을 찍고 어떤 사안이 더 중요한지 자의적으로 판단해 보도 비중을 조율하는 미디어와, 언론이 보여주는 것들에만 관심을 두고 표피적으로 움직이는 우리의 협량함, 그리고 여론이 없으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공권력에 대한 문제제기. ‘어차피 다 썩었다’가 아니라 ‘이런 건 다 함께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라니, 갈수록 눈을 떼기 어렵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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