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에도 영향 미칠 '댄싱스타'의 가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최종 우승은 문희준-안혜상 커플에게 돌아갔다. 남자가 리드를 해야 하는 댄스 스포츠의 특성상 그만큼 불리한 점을 갖고 있었지만 문희준-안혜상 커플은 이를 보기 좋게 극복하고 우승자가 되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말하는 것처럼 결과만 중요한 건 아니다. 지금껏 노력해온 모든 출연진들의 과정들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댄싱 위드 더 스타'라는 프로그램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금요일 밤 줄곧 10% 대의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볼 수 있지만 춤과 노래, 거기에 스타들의 스토리가 엮어진 강력한 포맷이라는 걸 염두에 두면 오히려 저조한 시청률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소소한 느낌의 프로그램이 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자체 제작한 것이 아니라 영국 BBC에서 포맷을 사와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포맷을 사오면 거기에 맞는 매뉴얼이 따라오는데 흔히 이를 '바이블'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룰과 툴이라는 얘기다.

이 얘기는 '코리아 캇 탤런트'나 '오페라스타' 같은 해외 포맷을 가져와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왜 화제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가에 대한 단서를 준다.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영국에서 포맷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에게 직접 적용됐을 경우 여러 가지 문화적인 간극을 만들어낸다. 댄스 스포츠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영국은 파티문화 속에서 춤에 대해 그만큼 자연스럽지만, 우리는 정서적으로 다른 느낌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매뉴얼의 토씨 하나만 달리 해도 난리를 치는 포맷 수입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댄스 스포츠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영국 매뉴얼 그대로 만드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어느 정도의 한국적인 요소를 끼워 넣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해외 포맷을 수입해 만들어본 경험 또한 일천한 상황에서는 이것도 쉽지 않다. 사실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시즌1을 통해 이 시행착오를 제대로 겪은 셈이다. 임연상 PD는 "시즌1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이것이 시즌2에서는 어떤 결실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 모든 것을 감안해보면 '댄싱 위드 더 스타'가 그 정도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실로 괜찮은 선전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혹자들은 아마도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체 제작을 하지 않고 굳이 해외 포맷을 사와서 만드느냐고. 또 어떤 이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해외 포맷을 사온 프로그램을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의 안이한 태도라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과연 그런 걸까. 굳이 돈까지 써가면서 해외 포맷을 사와 한국 상황에 맞춰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만드는 것이 편의주의적인 발상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방송사의 또 다른 계산이 들어가 있다. 해외 포맷을 굳이 사오는 것은 물론 그것이 방송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향후 콘텐츠 수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매뉴얼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매뉴얼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매뉴얼이 어떤 것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매뉴얼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댄싱 위드 더 스타'는 물론 방송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만, 매뉴얼을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향후 방송이 나가야할 길은 콘텐츠 매뉴얼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무한도전'의 김태호PD는 "콘텐츠를 매뉴얼화해 수출하는 등의 다각적인 사업화가 필요하지만 이것을 백업해주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임연상 PD는 지금 '나가수'의 해외 판권 수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역시 매뉴얼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 판권 수출은 단순히 방송 제작을 허용하는 수준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수익 분배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나가수'를 일본 시장에 수익 분배 형태로 수출한다고 생각해보라. 그 엄청난 음원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다면.

'댄싱 위드 더 스타'는 물론 하나의 프로그램이지만, 그 해외 포맷을 경험하는 차원으로 보면 하나의 프로그램 이상이다. 물론 시즌2는 시행착오를 줄여 좀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댄스 스포츠의 매력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우리네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위한 귀한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그 효과는 어쩌면 우리 방송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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