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 폐지, 잘못은 없지만, 정서는 다르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멈추는 것은 과연 누구 마음일까. 프로그램을 제작한 주체인 방송사일까. 아니면 그 프로그램을 꾸준히 봐온 시청자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 프로그램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출연진일까.

'1박2일'이 종영을 결정하는 과정은 너무나 갑작스럽다. 시청률이 낮았다면 방송사의 결정이었을 것이지만 그것도 아니다.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면 시청자들이 종영을 요구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강호동의 하차 소식이 들려왔고 갖은 검증되지 않은 루머들이 나돌더니, 급기야 6개월 후 프로그램 폐지 결정 소식이 '통보'되었다. 결정은 물론 방송사에서 한 것이지만, 그 결정적인 원인제공은 강호동의 하차에서 비롯된 것이 누가 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른 멤버들 역시 거취 문제로 고민해왔고 제작진과 논의를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껏 김C가 빠지고 MC몽이 하차했을 때 다소 어려움은 있었지만 다른 출연자로 그 빈 자리가 채워지곤 했던 게 사실이다. 이승기 역시 하차 얘기를 꺼냈다가 거둬버렸지만, 만일 이승기가 하차했다고 해도 그것이 곧바로 '1박2일'의 종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다르다. 강호동의 하차는 곧 프로그램의 폐지를 의미한다.

그만큼 강호동이 차지한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박2일'은 출연진들의 관계에서 예능 코드가 만들어지곤 하는데, 강호동은 다른 멤버들 전원과 대결구도를 만들기도 하고, 때론 형제 같은 훈훈함을 만들기도 한다. 강호동과 은지원이 연출하는 톰과 제리 구도나, 강호동과 이수근이 연출하는 코미디언 위계질서를 통한 웃음 코드도 마찬가지다. 또 강호동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그를 치고 들어오는 이승기의 예능감이 빛나는 것이나, 심지어 '강호동빠'로서의 엄태웅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도 모두 강호동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복불복 같은 '1박2일'의 핵심 요소가 먹성 좋은 강호동의 캐릭터가 먹을 것 앞에서 목숨 거는 그 상황 속에서 더더욱 공고해진 것이나, 천하장사로서의 이미지를 가진 강호동이 '1박2일'의 야생적인 분위기를 주도한 것 모두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많은 다른 출연진들의 빛나는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강호동 없는 '1박2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고, 그 프로그램의 존속을 쥐고 있는 당사자라고 해서, 강호동이 스스로의 거취를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김C가 하차할 때 모두 그 저간의 사정에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쳐주지 않았나. 강호동이 더 역할을 잘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마음대로 거취를 정할 수 없다는 그런 룰은 이상한 것이다. 게다가 이건 끝을 봐야 하는 드라마도 아니다. 언제든 사정에 의해 종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시청자들의 '바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일 뿐이다. 아쉬움이 크다는 것이다.

쿨하게 말하면 강호동의 선택이나 '1박2일'의 결정은 프로의 세계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애써 '1박2일'의 폐지가 강호동의 책임이 아니라거나, 강호동의 하차 선택이 '박수 칠 때 떠나기 위한 것'이라는 미사여구로 변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이 사태는 의리나 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비정한 프로의 세계를 우리에게 확인시켜준 셈이다.

다만 대중정서는 좀 다를 수 있다. 열렬히 응원했던 열혈 팬이라면 강호동의 결정과 '1박2일'의 일방적인 폐지 결정이 '배신'으로 여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이제 남은 건 호불호로 결정되는 팬덤의 문제일 뿐이다. 여전히 팬으로 남겠다면 팬으로 남으면 되고, 이번 상황으로 실망했다면 더 이상 팬이 되지 않으면 된다. 물론 이 결정의 주체가 되는 강호동이나 방송사는 쿨하게 결정하고 통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껏 늘 '시청자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것처럼 열변을 토해왔던 방송에 의해 스스로가 주체라고 여겨왔던 팬들로서는 갑자기 날아든 통보에 쿨해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일 뿐이다.

누구의 선택도 잘못된 것은 없다. 하지만, 그 선택이 현명한 것이었는지는 바로 이 쿨해지기 어려운 대중들의 정서에 달려있다. 그들은 '박수칠 때 떠난다'고 멋지게 표현했지만, 과연 대중들도 떠날 때 박수를 쳐줄 것인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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