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털사이트는 왜 개신교의 요구를 거절했을까

[엔터미디어=듀나의 TV낙서판] 얼마 전, 한국교회언론회가 개신교를 악의적으로 모독하는 특정 용어들을 삭제해 달라고 유명 포털사이트에 요청했다가 거절 당했다고 한다.

그들이 삭제해 달라고 부탁한 몇몇 단어들에 대한 내 개인적 의견을 묻는다면, 나 역시 그 표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툭하면 반대세력을 모욕하는 별명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 안주하는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의 습관이 그렇게 건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공평하지 않을 뿐더러, 비판과정의 사고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킨다. 하지만 나 역시 여기서 완전히 결백할 수 없는 것이, 사석에서 현 서울시장이나 현 청와대 수장의 본명을 마지막으로 부른 게 언제였던가?

하여간 포털 사이트의 거절은 당연하다. 대한민국 포털 사이트에서 개인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언어 반은 욕과 비속어다. 나는 이것이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보고 내가 운영하는 게시판에서는 이를 제한하는 규칙을 적용한다. 하지만 개인 운영 게시판이 아닌 곳에서 언어의 제재는 자연스럽게 검열로 연결된다. 그리고 도대체 왜 개신교 관련 비속어들만 여기서 특별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현재 한국 개신교 교회의 설교는 증오나 편견과 무관한가?

종종 나는 한국 개신교 신자들이, 대한민국이 기독교 국가라는 망상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아니, 이건 의심의 수준을 넘었다. 조금 묵은 떡밥이긴 하지만, 연평도에 10미터짜리 십자가를 세워 한국이 기독교국가임을 보여주겠다는 길자연 목사의 발언은 이치에 맞는가? 이 나라에서 정식 학교교육을 받은 사람이 '한국'과 '기독교 국가'를 한문장에서 엮는다면 그것은 그냥 망상이다. 다시 한 번 말하겠는데, 대한민국은 국교가 없다. 개신교 신자는 기껏해야 20퍼센트 정도이고, 그 수 역시 과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며, 그마저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은 그렇게 의미있는 다수도 아니다.

KBS [드라마 스페셜 - 클럽 빌리티스의 딸] 다시보기의 중단 소동에서 화가 났던 건 그 당연한 사실이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드라마나 동성애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은 아직 형식적으로나마 언론의 자유가 있는 곳이고 여기서 자유가 있다는 건 주장의 어리석음 때문에 말할 권리가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장을 말할 기회를 주는 것과 그 말을 듣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한기총은 기껏해야 20퍼센트, 그것도 그 중 일부를 대표하는 소수 이익단체일 뿐이다. 그들의 불평에 넘어가서 EBS에도 틀어도 넘어갈 순진무구 건전 드라마의 다시보기를 중단한다는 건 코미디다. 누군가 이 자명한 사실을 들어 압력에 맞서야 했다.

이런 불평은 계속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앙의 고백과 표현의 문제가 있다. 물론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세속국가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건, 기껏해야 그들을 용납한다는 뜻이다. 조금만 생각해도 당연한 것이, 자기 무리의 의견이 절대진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국가 시스템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종교전쟁을 일으켜 자신의 종교를 국교로 만들 생각이 없는 신자들은 당연히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에 어느 정도 절제를 하는 에티켓을 길러야 한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상식인데, 우리나라 방송환경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부탁이니, 가요 프로그램에서 일위를 하거나 미스코리아가 되었다고 카메라 앞에서 하나님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말기를. 그건 다수를 차지하는 비신자들에게 심각하게 불쾌할 뿐만 아니라 당신이 믿는 종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사고방식이다. 가요 프로그램 일위를 한 건 당신이 잘 했거나 운이 좋았거나 소속사를 잘 만났거나 당신 팬들이 코묻은 돈을 털어 음원과 앨범을 샀기 때문이지, 절대자가 당신을 특별대접했기 때문이 아니다. 혼자 그렇게 믿고 기분이 좋아지는 거야 당신 마음이지만 그걸 꼭 대놓고 과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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