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수칠 때 떠나는 '1박2일', 더하는 '무한도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박수칠 때 떠나라? 영화 제목에나 어울릴 법한 이 말은 과연 옳은 일일까. 아니 현실적이긴 한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과연 진심일까. 박수칠 때 떠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떠나는 그들 모두는 과연 그렇게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일까. 최근 이 말이 민감해진 것은 '1박2일' 때문이다. '박수칠 때 떠난다'는 명예로운 퇴장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이 누구를 위한 퇴장인지는 의문이다. 또 그들이 박수 받는 일에 초연해진다는 얘기도 아니다. 그들이 잘 나가는 프로그램에서 굳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어쩌면 더 큰 현실적인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닐까.
'박수 칠 때 더 해라.' '무한도전' 소지섭 리턴즈 특집에 플라잉 체어 게임으로 연속 승리를 차지했지만 풍선을 계속 불어야 하는 '상처뿐인 승리'를 해야 하는 박명수에게 붙은 이 자막 하나는 이 프로그램을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읽게 만들었다. 빨리 풍선을 불어 터뜨려야 플라잉 체어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 게임에 임하는 박명수의 모습은 최근 체력 소모가 극심해진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말하는 것만 같았고, 그럼에도 큰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계속 더 힘겨운 상황 속이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무한도전'의 다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째서 '무한도전'은 '박수 칠 때 더 해야' 한다고 주창하는 반면, '1박2일'은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여기에는 '박수 칠 때 떠난다'는 말에 대한 일종의 곡해가 들어 있다. 이 말은 모든 걸 다 하고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말이지, 정상에 있을 때 떠난다는 그런 배부른 말이 아니다. 즉 이 말에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 후에'라는 전제가 들어간다. 이런 뜻으로 생각해보면 과연 '1박2일'이 표현한 '박수 칠 때 떠난다'는 말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을까. 과연 그들은 모든 노력을 다 한 걸까. 여전히 박수를 쳐주고 지지하는 팬들이 있는데도 과연 그렇게 떠나도 되는 것일까.

이경규는 '승승장구'에 나와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전 박수칠 때는 안 떠나요. 박수 안 칠 때 떠납니다. 한 명이라도 치면 안 떠나요." 또 한 인터뷰에서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굉장히 싫어하는 말"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박수가 다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남아 있다가 박수가 사라지면 떠나야죠. 대중은 과거를 기억하지 않아요. 자존심도 필요 없어요. 내 직업인데, 죽어라고 계속해야지, 그러다 안 부르면 가서 ‘요새 나 왜 안 불러주느냐’ 물어도 보고 그래야지, 박수칠 때 떠나라면 안성기도 떠나야 하고, 유재석, 장동건도 떠나야 하게요? ‘박수칠 때 더 잘해라’가 맞아요. 난 절대 안 떠나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은 멋있어 보이지만 현실적인 말도 아니고 진심이 되기에는 더더욱 힘든 말이다. 또 여전히 남아서 박수치고 있는 팬을 염두에 둔다면 일종의 직무유기 같은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말은 할 때까지 모든 걸 다한 사람이 이제는 더 이상 박수 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감을 했을 때 비로소 꺼낼 수 있는 말이다.
그래서 '박수칠 때 더 해라'는 말은 훨씬 더 현실적이면서 팬들을 배려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박수쳐주는 팬들에게 계속 박수받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으니까. '박수칠 때 떠난다'는 말보다 차라리 "오래 오래 해먹어요. 우리."라는 말이 더 공감 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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