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대한 탄생’, 그 탄생의 위대한 산고에 주목하다
[정덕현의 이슈공감] "이동미씨. 그렇게 부르면 아예 노래를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혼신의 힘을 다해 목청을 돋워가며 부른 가수에게 이런 심사위원의 말은 심지어 냉혹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이 보여주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한 이동미씨지만 그렇게 부르다가는 영영 노래를 못하게 될 당사자에 대한 심사위원의 애정은 '불합격'으로 오히려 증명된다. 그 결정이 심사위원들에게도 고통이 될지라도.
'위대한 탄생'이 처음 시작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한 것은 그것이 '슈퍼스타K'의 아류작으로 끝날 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실제로 그런 것 같았다. 장사진을 친 참가자들의 풍경이나 무대 위에 오른 그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해대는 심사위원들은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이었으니까. 제목은 다르지만 거의 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이 반복되고 있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계속 상승한 이유는 뭘까. 다행스럽게도 형식이 같다고 해서 거기 담겨지는 스토리까지 같은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갖고 있는 스토리도 다르다. 가녀리게 보이지만 독설이 더 어울리는 이은미의 입으로부터 "1급수를 만난 것 같다"는 극찬을 끄집어낸 가창력의 소유자, 김혜리. 꾸밈없는 모습과 목소리와 창법으로 비브라토 예찬론자인 김태원으로부터 "유일하게 비브라토가 없어 돋보이는 친구"라는 극찬을 받은 김정인양. 싱어 송 라이터로서 편안한 옆집 오빠 같은 인상으로 음악성을 뽐내는 데이비드 오. 뚱뚱한 외양과 달리 노래를 부를 때면 소름이 돋게 만드는 양정모. 노래 속에 어떤 삶의 애잔함이 담겨 있는 연변 청춘 백청강.... 각각의 인물들이 하나의 캐릭터로 그려지는 건 이미 무대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에 각인되었다는 증거다.
하지만 무엇보다 '위대한 탄생'을 말 그대로 위대한 탄생으로 만드는 건 이 프로그램이 차별점으로 선택하고 있는 멘토제가 있기 때문이다. 즉 각 후보자들은 각각의 멘토를 만나게 되고(이 과정에서 많은 멘토들의 지지를 받은 후보자는 거꾸로 멘토를 선택할 기회까지 얻게 된다) 그들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스토리로 엮어나간다. 그리고 이것은 아직까지 멘토-멘티가 정해지지 않은 현재지만 이미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마산 1급수', 김혜리는 첫 오디션에서 이은미의 극찬을 받았지만 다음 무대에서는 혹평을 받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절치부심한 김혜리는 지적받은 잘못된 습관들을 고치고 이은미의 노래를 들고 나와 보란 듯이 무대 위에 섰다. "이거 나 들으라고 부른 거 맞죠?"하고 묻는 이은미와 거기에 알듯 모를 듯 웃음으로 답하는 김혜리의 관계는 이미 멘토-멘티의 관계나 다름없다.
즉 오디션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때론 지나치게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독설을 날리지만, 바로 이 멘토제라는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면 이 가혹함은 관심으로 바뀐다. 즉 진정 후보자들을 가수로 성장시키기 위한 심사위원들의 진심어린 충고라는 얘기다. 끊임없이 제기되고 반복되어온 나쁜 습관 고치기, 발성의 문제, 몰입의 문제, 선곡의 문제 등등은 그래서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다. 그만큼 짧은 시간 속에서도 실제로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생생히 발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멘토-멘티의 관계가 형성되고 난 후의 경쟁은 후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멘토링한 멘토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자신이 그토록 키우려 했던 후보가 고배를 마신다면 그 가슴 아픔이 어찌 후보에만 머물까. 어쩌면 멘토와 멘티가 하나로 어우러져 기뻐하고 눈물을 흘리는 그 장면을 우리는 목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왜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굳이 '위대한 탄생'이냐는 점은 바로 이 멘토제가 갖는 산파적 역할에서 찾아진다. '위대한 탄생'은 멘토들의 노력에 의해 후보들이 가수로 탄생되는 그 위대한 과정에 천착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칼럼니스트 정덕현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