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최정은의 현장 속으로] 어른스러운 현서, 의젓한 도윤이, 누나 같은 크리스티나, 천사 같은 알레이나, 개구쟁이 가브리엘, 절대미남 대니얼, 멋진 진규, 상큼한 키이라, 아잉 새롬이, 노래하는 링컨. 무지개처럼 다양한 빛깔의 아이들과 지상렬 선생님이 펼쳐가는 tvN <리얼 키즈 스토리 레인보우(이하 <레인보우>)>에는 도무지 현실 세계에는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가득하다. 이 아이들과 함께 행복 바이러스를 찾아 나선 길, 레인보우 친구들의 TV 밖 우정과 사랑, 도전과 적응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 레인보우 친구들
강남의 한 스튜디오, 녹화 전부터 아이들은 이미 땀범벅이다. 딱 요맘때의 아이들답게 서로 잡고 잡히는 놀이에 흠뻑 빠져있다. 뒤에 세워진 패널이 쓰러져도, 예쁘게 단장했던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볼에 붙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TV 속에서 진규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였던 알레이나와 키이라는 온데간데없다. 대니얼과 진규도 마찬가지다. 뭉쳐 놓으니 그냥 강아지들처럼 한 데 엉겨 잘 논다. 녹화 준비에 한창인 박준화 PD는 혹시라도 뛰다가 누가 다칠까봐 노심초사 중. 온 신경을 아이들에게 집중해서인지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몸무게가 확 줄었다고 한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인데, 촬영 전 이렇게 힘을 다 빼버리면 피곤하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촬영이 시작되자 링컨이 졸기 시작했다. 링컨, 많이 피곤하구나!

◆ 지상렬 선생님의 필살기
지상렬은 <레인보우>의 또 다른 제작진이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자연스레 이야기를 유도해 내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싶으면 중간 중간 제작진과 상의해서 내용을 바꾸기도 한다. 이 날의 촬영은 모델 워킹 따라 하기. 걸어 보라는 주문에 아이들이 우왕좌왕 하자 제작진에게 모델의 시범을 먼저 보이자고 제안한다. 여섯 시간이 넘는 촬영에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하면?
“수업 태도도 점수에 넣을 거예요.”
아이들의 리액션이 커진다. 지상렬 선생님의 필살기다.

◆ 이모, 화장실 가고 싶어요.
언제 어디서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는 아이들이라 아이 하나에 하나씩 VJ들이 붙었다. 아이들은 제작진들을 ‘삼촌, 이모’ 로 부르고 제작진들은 호칭만큼 가깝게 아이들을 대한다. 한창 부산을 떨 나이, 열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모였음에도 제작 현장의 분위기가 훈훈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가 맡은 아이들에게 세심하게 반응하는 제작진 덕분이다. 촬영이 시작 되었음에도 ‘물을 달라’며 엄마를 부르는 대니얼을 로켓을 발사하듯이 안고 가는 VJ가 보이고, 녹화 사이사이 화장실이 급한 친구들이 작가이모를 찾는다. 협찬 받는 옷들이지만 제일 예쁘게 나올 수 있는 옷들을 골라주고, 정성스레 머리를 매만져 주는 모습에서 마음껏 사랑받고 있는 아이들의 기분 좋은 표정이 읽혀진다.

◆ 귀염둥이가 요기 있네.
촬영이 진행 되고 있는 스튜디오 옆방은 레인보우 친구들과 함께 온 가족들의 대기실이다. 이미 녹화 현장에 익숙한 알레이나의 동생 일라이다는 낯가림하나 없이 한껏 예쁜 짓으로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다. 그런데 링컨, 녹화 중인데 왜 여기 있는 거지? 누나 형들과 함께 패션쇼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냐? 배가 고프다며 아빠와 함께 과자를 사온 링컨이 패션쇼는 뒷전인 채 일라이다와 노는 재미에 빠졌다. 제작진은? 두 귀염둥이들이 반가워하며 뛰는 모습 또한 아이들의 본 모습이기에 그대로 찍는다.

◆ 환상의 제작진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전파견문록>을 성공으로 이끈 강제상 작가를 <레인보우 유치원>에서 만났다. 어쩐지 아이들 시선에서의 러브라인이 세심하더라니. 그러나 현장의 작가는 처음부터 아이들의 연애를 부각시킬 의도는 없었다며 손 사레를 친다. 보통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는 정하고 촬영을 시작하지만 산에 눈이 올지, 비가 올지는 모르는 것처럼 아이들 프로그램은 내용은 정하고 시작하되 어떤 반응을 보일 지는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다는 것. 박준화 PD 역시 tvN <막돼먹은 영애씨>를 오래 연출한 덕분인지 관계에서 오는 미묘한 재미를 표현하는데 탁월하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노는 것만 같은 아이들의 모습인데 그 속에서 캐릭터를 발견하고 다양한 스토리를 엮어간다. 솔직한 아이들이기에 마음의 변화를 숨기지 않는 점이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 했다는데, 현장에 와보니 과연 그렇다. 패션쇼를 준비 하며 부딪히는 매 선택의 순간에도 아이들은 아무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의 소리를 따랐다.

◆ 어른들의 몫
움직임이 많은 아이들이라서 일까? 현장에서는 핀 마이크 대신 붐 마이크가 사용되고 있었다. 키가 작은 아이들이다 보니 최대한 몸을 낮춰 들 수밖에 없는데, 보는 이조차 팔이 욱신욱신 저려오는 것 같았다. 뿐만이 아니다. 시시각각,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현장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새로 깔았다는 스튜디오 마룻바닥이 상할까봐 패션쇼를 도와주러 온 모델들이 하이힐을 신고 대기하는 자리에 재빨리 요가 매트를 찾아 까는 제작진들을 보니 이 아이들이 <레인보우>를 통해 고마움과 배려와 사랑을 배워가며 커 갈수 있겠다 싶다.
무지개 너머 더 큰 세상이 아이들의 빛을 바래게 할 수도 있겠지만, 레인보우 친구들이 어릴 적 지녔던 그 모습 그대로 예쁜 빛깔로 세상을 채워가며 커 갔으면 좋겠다.
최정은 기자 rachoi@entermedia.co.kr
[사진=정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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