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동 은퇴, 최선의 선택…대중의 처분에 맡긴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강호동이 은퇴 선언을 했다. 물론 여기에는 '잠정'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이 단어에는 등 돌린 여론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 때 복귀하겠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여러 정황을 두고 볼 때 강호동의 선택은 과도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최선이었다. 여론이라는 것이 마치 들불 같아서 한번 붙으면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하거나 해명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실제 사정이 어땠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강호동은 어쩌면 억울했을 수도 있다. 세무사가 절세를 하려 했는데 세무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의해 그게 탈세가 됐을 수도 있다. 물론 강호동 입장에서 그런 세세한 일까지 모두 챙기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법 해석이야 어떻든 강호동은 국법을 어긴 게 사실이다. 추징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니까.

'국민'을 자주 호명하고, 또 '국민MC'로 불리는 그에게 국법을 어긴 것은 그게 아무리 작아도 큰 파장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특히 우리가 말하는 국민의 의무, 즉 국방의 의무나 납세의 의무 같은 것에 여론은 더더욱 민감하다. 왜냐하면 이른바 나라의 지도층들이 국가의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는 행태를 너무나 비분강개하며 바라봤던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 지도층들은 여전히 이 의무를 잘 이행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잘 지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상대적으로 강호동의 탈세가 불러온 '은퇴'라는 결정은 너무나 커 보인다.

하지만 연예인은 도드라진 존재다. 즉 강호동의 표현대로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 같은 것을 주는 것으로 사랑받는 존재다. 그러니 강호동의 탈세는 작다 해도 작은 것이 아니다. 기대한 것이 더 많으니 실망도 그만큼 큰 법이다. 사랑이 깊으니 미움도 깊어지는 것이다. 이미 마음에서 떠나 포기한 지도층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 그들이 해주지 못하는 빈 자리를 우리는 어쩌면 스타들을 통해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방송 퇴출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는 건 거꾸로 강호동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잠정 은퇴' 선언이라는 강수는 쓰게 느껴지지만, 그 선택은 강호동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즉 이번 사태에서 강호동의 선택은 결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택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실제로 '은퇴'를 거론했다. 더욱이 이미 탈세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게 된 국민MC로서 스스로도 밝혔듯이 방송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떠들고 웃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강호동의 이미지를 정말 망가뜨리는 일이 된다. 잘못을 했다면(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다)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이 오히려 강호동의 본래 이미지를 다시 되찾는 일이다.

사실 연예인들이 어떤 일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대중들의 요구를 잣대로 세우는 것만큼 현명한 건 없다. 그러니 그걸 겸허히 받아들인 강호동은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단서로 세워둔 '잠정'이 얼마만큼의 시간이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쩌면 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강호동을 만날 수도 있고, 어쩌면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편안한 얼굴로 강호동을 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강호동을 부른 것도 대중들이었고 그를 정상에 세운 것도 대중들이었으며 그의 잘못을 질타해 결국 '잠정 은퇴'라는 선언을 하게 한 것도 대중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를 다시 방송에서 볼 수 있게 되는 일 역시 이제 전적으로 대중들에게 달려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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