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후의 명곡2’, 전설은 외로웠다

[엔터미디어=최정은의 현장 속으로] KBS2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2’)는 이제는 전설이 된 가수들의 명곡을 아이돌 후배 가수들이 재해석해 새롭게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아이돌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시도를 준비 중인 '불후의 명곡2'를 찾아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불후의 명곡2'만이 지닌 독특한 색깔로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 평가단이 되다

'불후의 명곡2'를 보며 항상 궁금했다. ‘과연 공정한 평가단일까?’ 아이돌들의 경합 무대이기에 팬덤 간의 신경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직접 판정단 체험에 도전했다. 경쟁률이 높아 보이기는 했지만 게시판에 사연을 써 올렸고, 드디어 당첨 소식이 들려왔다. 녹화 날, 일찌감치 줄을 선 덕분에 비교적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좌석에 놓여 있는 빨강색 파랑색 버튼을 보자 묘한 긴장과 흥분이 밀려왔다.

◆ 외로운 전설

이 날의 전설은 남진 씨였다. 한 시대의 전설답게 허각, 효린, 지오, 전지윤, 규현, 박재범과 함께 자신의 히트곡들을 부르며 예사롭지 않게 등장했다. 후배 가수들을 아우르며 한순간 무대를 장악하는 포스가, ‘아하 이래서 전설이구나’ 싶었다. 현장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팬들도 많았지만 남진 씨의 노래를 듣고 싶어 온 나이 지긋한 분들도 많았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팬들과 후배 가수들의 팬들이 한데 모여 자신의 노래를 재해석해 부르는 느낌은 어떨까? 아마 가슴이 벅차올랐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너무 외롭다. 전설의 자리는 관객 석 중간의 높은 위치에 있다. 세 시간 남짓의 녹화에 내내 이야기를 나눌 동료 하나 없이 혼자 앉아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카메라가 표정의 변화를 잡기 위해 계속 비추고 있어 긴장해야 하는 자리다. 전설은 하늘의 별이라지만, 힘들지는 않을까? 잠깐의 쉬는 시간, 관객석을 돌아보던 남진이 외국인을 보며 한 마디 한다. “I'm tired!" 무대 사이사이 객석을 향해 손도 흔들어가며 웃어 주던 남진 씨인지라 관객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느껴진다. 정말 피곤했겠다.



◆ 또 하나의 전설, 신동엽

'불후의 명곡2'의 진행자 신동엽.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그를 따라 올 MC가 없어 보인다. 진행을 돕는 제작진이 있었지만 관객이 모두 착석하자 무대에 올라 오늘의 룰을 설명하는 등 어수선하던 객석을 한 순간에 집중하게 만드는 재주를 보인다. 그런가하면 녹화 중간에 노란색 추첨공이 열리지 않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자 당황하기는커녕 위기의 순간을 어찌나 재치 있게 웃음으로 연결하던지. “볼이 깨진 게 이 가수에게 행운일까요 불운일까요?”

역시 명불허전, 토를 달 수 없는 최고의 진행자다. 관객과 전설, 그리고 아이돌이 만나는 중간지점에 이처럼 신동엽이 존재하기에 '불후의 명곡2'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완성되는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옥같은 신동엽의 멘트들이 거의 대부분 편집 된다는 사실. 짧은 시간 안에 가수들의 노래를 집중해 내 보내자니 어쩔 수 없다는데, 현장에 있지 않은 다음에야 보여드릴 방법이 없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 경연과 예능
'
불후의 명곡2'는 아이돌 가수들의 경합을 내용으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다. 한 무대가 끝나면 다음 무대를 위한 세팅이 필요하고 이어질 무대를 뽑기 위한 추첨이 이루어진다. 관객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이 시간은 대기실에서 또 다른 MC 김구라가 아이돌과 함께 앉아 토크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토크가 길었던지 어떤 가수는 다소 늦게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불후의 명곡2'가 노래를 소재로 한 ‘예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쟁의 순서를 정하고 경쟁에 임하는 방식은 역시 이 프로그램을 예능으로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후반부일수록 우승의 확률이 높아지기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뒤쪽 번호에 걸리기를 바라는 팬들의 기대와 탄성, 새로운 시도와 편곡에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에 방청석이 달아오른다.



◆ '불후의 명곡2'의 가수들

지난주 일등을 한 규현에게 경연 순서 선택권이 있는 날이다. 일등을 하고도 첫 번째로 나와 탈락했던 박재범이 있었기에 신동엽은 경연의 순서를 가지고 끊임없이 관객들을 웃겼다. ‘멋있게 부르고 쓸쓸히 불 꺼진 무대에서 퇴장하느냐 5번 쯤 부르고 실속을 챙기느냐’의 선택은 전적으로 지난 주 우승자의 몫이라는데 무대가 달아오를수록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차라리 1번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 실력은 물론 요즘 점점 입담이 늘어가는 허각, 시원한 가창력의 효린, 슬픈 눈빛의 지오를 지나 박재범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박재범이 등장하자 진지했던 경연이 예능으로 미묘하게 바뀐다. ‘그대여 변치마오’를 힙합으로 편곡해 부르더니 다음 순서로 등장한 ‘댄싱규’ 규현이 ‘님과 함께’를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을 빌어 소화해 내자 열렬한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순간 문제의 대사, ‘그곳을 꽉 잡고’가 나왔다. 웃음이 터진 현장, 매의 눈 신동엽이 그 좋은 먹잇감을 놓칠 리 없다.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장기인 ‘섹드립’을 쏟아낸다.

방송을 보니 다행히 통편집은 피해 갔다. 그래도 아쉽다. 조용하고 순한 인상의 규현, 은근 4차원이다. 김완선의 ‘가장 무도회’를 락으로 편곡, 이미 일등을 해 봤기에 ‘님과 함께’는 ‘가장 하고 싶지 않았던’ 댄스로 편곡 했다는데, 무심히 툭툭 던지는 말투에 하고 싶은 말은 다 한다. 카리스마 래퍼 전지윤을 끝으로 모든 녹화가 끝이 났다. 한바탕 신나게 논 느낌이다.








◆ '불후의 명곡2'가 전설이 되려면

'불후의 명곡2'에는 팬덤이 존재한다. 입장을 위해 기다리던 줄 앞뒤로도 삼삼오오 팬들이 모여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는 판정은 의외로 공정했다. 객석 모두가 한 가수의 팬으로 채워져 있지 않은 이상, 좋은 무대에는 어떻게든 좋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날은 허각을 제외한 다른 가수들에게 모두 마지막 무대였다. ‘불후의 명곡’ 출범을 같이 했던 효린의 퇴장으로 이제 시즌 1을 마무리 하고 새로운 멤버들로 다시 돌아오는 '불후의 명곡2'가 그간의 노하우로 경연과 예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pilogue- TV속 숨은그림찾기
프로그램 시작 전, TV에 절대 자신의 얼굴이 나오면 안 되는 사람들은 자리 조정을 해 준다며 손을 들어 보라 했다. 어떻게 얻은 자린데……. 경연 중 카메라가 왔다 갔다 했지만 ‘설마 내 얼굴이 나오겠어?’ 했는데 음악에 몰두해 엄마미소를 짓고 있는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관객에게 초상권은 없다. 카메라가 호시탐탐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항상 표정에 신경 쓸 것을 권한다.


최정은 기자 rachoi@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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