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호동 빈 자리 크지만 매너리즘 탈피의 기회 삼아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세금 관련 문제로 잠정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의 후폭풍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물론 이미 찍어놓은 분량이 있기 때문에 아직 여전히 방송에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 1,2주면 이 분량도 소진될 상황이다. 강호동이 출연하고 있는 방송3사의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강호동이 빠진 프로그램을 과연 계속 이어가야 할 지 고민 중이다. 그만큼 강호동의 빈 자리가 크기 때문이다.
'1박2일'은 갑작스런 강호동의 잠정은퇴 선언으로 6개월 후 방송폐지라는 연착륙(?)이 어렵게 됐다. '1박2일' 입장에서는 강호동의 방송탈퇴에 대해 고민하다 어렵게 얻은 결론이 6개월 후 방송폐지라는 묘안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갑자기 벌어진 세금 문제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사실상 강호동의 지속적인 출연은 불가능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강호동 스스로도 밝혔듯이 이미 이런 마당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방송에 나와 웃고 떠드는' 건 프로그램이나 강호동 양측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하지만 막상 강호동의 잠정은퇴라는 강수에 '1박2일'은 당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강호동이 당장 빠졌을 때, 남은 몇 개월을 남은 인원들이 채워나가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제작진과 기묘한 긴장관계를 만들어내고, 또 다른 팀원들과도 다양한 조합으로 웃음을 뽑아내는 강호동의 부재는 사실상 '1박2일'이 아닌 전혀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호동이 '1박2일'에 불어넣은 '야생'의 이미지는 절대적이다. 그래도 6개월 후 종영이라는 약속을 저버리기도 어려운 상황. 강호동 없는 '1박2일'이 할 수 있는 방식은 '1박2일'이라는 틀 안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예능을 실험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차후 6개월 후 '1박2일' 후속 프로그램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강심장'의 경우, 애초부터 강호동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 어려움을 가늠하게 한다. 즉 강호동이라는 강한 캐릭터가 서 있기 때문에 1대 다수의 대결구도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강호동이 빠져버리면 그 자리를 온전히 이승기가 채우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은 스타일의 문제라기보다는 힘의 문제다. 따라서 강호동 없는 '강심장' 역시 완전히 새로운 형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청출어람 이승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승기는 초반에는 강호동의 기에 눌려 부드러운 이미지로만 일관했지만 차츰 톡톡 치고 나오는 토크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강호동에 기대는 바가 적지 않지만, 만일 가능하다면 이승기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형식을 재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강심장'의 어딘지 강한 이미지는 현재 대중들에게 초반만큼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승승장구' 같은 편안한 토크쇼에 시청률을 뺏기고 있는 이유다. 즉 이 기회에 이승기 중심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토크쇼에 녹여낸다면 어쩌면 '강심장'의 새로운 반전을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무릎팍 도사'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 제목이 '무릎팍 도사'라는 건 '강호동=무릎팍 도사'라는 의미이고, 즉 강호동이 빠져나간다면 '무릎팍 도사'도 힘들다는 얘기다. 따라서 '무릎팍 도사'는 만일 강호동이 하차한다면 '황금어장' 차원에서 새로운 어장(?)을 마련해야 되는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라디오스타'가 한 축을 잘 지탱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라디오스타'를 좀 더 확대 편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음악을 접목한 토크쇼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라디오스타'의 가능성을 점치게 만든다. 물론 새로운 어장이 마련되고 자리를 잡게 된다면 그 때 '라디오스타'의 거취를 고민하면 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스타킹' 역시 강호동 없는 상황을 견디기가 어렵다. 즉 강호동이 빠져나가는 순간 '스타킹'은 소소한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금은 리얼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었다. '스타킹'의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주목도가 점점 떨어지는 이유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스타킹'을 좀 더 오디션 프로그램에 가깝게 변신시키는 거도 방법이다. 지금까지 '스타킹'이 강호동과 스타 출연자들의 리액션에서 힘을 가져왔다면 이제는 일반인 출연자 그 속에서 동력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물론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강호동이 빠른 시일 내에 복귀할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어느 정도 시간을 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강호동에 여전히 목매기보다는 새로운 형식이나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강호동이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이 장기화되면서 매너리즘의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물론 강호동의 부재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에는 새로운 변화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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