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탄2’, 멘토들 능력 자랑하는 오디션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샘 카터, 티타, 신예림, 고필준, 김혜랑, 제이미조, 신용수, 김동욱, 3point, 정서경, 장성재, 정지원, 배수정, 안희준, 최정훈, 박영삼... '위대한 탄생2'의 무대에 오른 오디션 참가자들이다. 2회 분 분량에, 그것도 영국과 국내의 몇몇 지역들이 혼재되어 편집된 분량에 비하면 방영된 참가자들의 수가 많은 건 아니다. 그만큼 이들에게 할당되었던 시간이 많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들 중에는 실로 주목되는 가창력의 소유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에는 없는 목소리라는 독특한 음색을 가진 샘 카터, 완벽하게 가요를 소화해낸 끼와 실력을 겸비한 티타, 신용재의 사촌형으로 가능성을 보인 신용수, take라는 그룹에서 활동했었던 장성재, 회계사 출신으로 매력적인 고음처리가 돋보였던 배수정, 187센티의 키에 뚝사마춤을 추는 전형적인 고등학생이지만 진지한 노래가 주목된 안희준, 가성이 돋보인 인도에서 온 최정훈 등등.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처럼 가능성도 돋보이고 이들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할당된 시간도 충분하지만, 정작 이들이 주목되지 않는다. 그저 이름만 들었다면 그들의 면면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반대로 멘토들은 너무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윤일상과 윤상 그리고 성시경이 벌인 독설배틀은 대표적이다. 왜 '위대한 탄생2'는 멘토들은 잘 보이는데, 참가자들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은 참가자들이 잘 돋보이지 않는 평이한 편집 때문으로 보인다. '위대한 탄생2'는 영상연출은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참가자들 중 누구를 보여주고 누구를 보여주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서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즉 이 오디션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원자들이 양적으로 많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저 원경으로 많은 지원자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만으로는 실제 경쟁적인 분위기를 잡아내기 어렵다. 이것은 오히려 짧게 짧게라도 탈락한 지원자들의 무대를 어떤 스토리로 구성해 보여줘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이 경쟁이 치열했고 그 과정에 많은 이들이 탈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그래야 그걸 뚫고 살아남은 지원자들이 돋보일 수 있다.

'위대한 탄생2'의 이런 편집은 경쟁자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것은 시작일 뿐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1차 예선 과정 자체를 통편집하고 2차 예선부터 보여준 '위대한 탄생2'의 영상들을 그저 시작일 뿐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



흥미로운 건 지원자들이 빈약하게 느껴지는 반면, 멘토들의 존재감은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윤일상은 단 2회 출연만으로 '독설의 제왕'이 되었고, 윤상은 표정 없는 진지한 얼굴로 윤일상과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이선희는 부드럽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멘토링으로 카리스마를 드러내고, 이승환은 톡톡 튀는 멘트로 오디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며, 박정현은 자신의 경험이 녹아난 심사평으로 특유의 편안한 느낌을 전한다.

'위대한 탄생2'의 무게 중심은 지원자들이 아니라 멘토들에 더 많이 가 있는 인상을 준다. 이것은 어쩌면 '위대한 탄생2'만의 색깔인지도 모른다. 즉 멘토제를 좀 더 전면에 내세운다면 지원자들이 갖고 있는 역량보다 더 중요한 것이 멘토들의 역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지원자가 어떤 개성과 능력을 갖고 있든 그것을 끄집어내주고 완성도 있게 만들어주는 멘토링이 더 강조된다는 얘기다. 이것은 '위대한 탄생2'가 여타의 오디션들과는 완전히 다른 색깔과 방향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오디션에서 중요한 점은 심사위원이나 멘토보다는 거기 참가한 참가자들이 아닐까. 원석이 좋아야 멘토링도 힘을 받기 마련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의 원석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 원석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어떤 원석이든 가공하면 달라질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멘토들의 능력을 자랑하기보다는 먼저 지원자들의 빛나는 재능을 어떻게 보여줘야 더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수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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