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 전 오늘 ‘할리우드 간판女’가 떨어졌다

[엔터미디어=듀나의 그 때 그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딱 80년 전인 1932년 9월 18일 일요일, 이름을 밝히지 않는 여성이 전화로 할리우드 사인 (당시만 해도 '할리우드랜드'였다) 바로 밑에서 여자의 시체가 있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사인에서 100피트 아래 떨어져 있는 산골짜기에서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젊은 여자의 시체를 발견했다. 핸드백 속에는 유서가 있었지만 P. E.라는 머릿말로는 신원 확인이 어려웠다.

이틀 뒤, 자살한 여성의 삼촌이 나타나 신원이 확인되었다. 죽은 사람은 할리우드의 영화배우 페그 엔트위슬(Peg Entwistle)이었다. 시체가 발견되기 이틀 전인 9월 16일,드럭스토어에 다녀오겠다며 외출을 한 엔트위슬은 곧장 할리우드 사인이 있는 리(Lee) 산으로 갔고, 사다리를 타고 H자 꼭대기에 올라가 투신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페그 엔트위슬은 웨일즈 출신으로, 배우가 되기 위해 14살에 뉴욕으로 건너가 브로드웨이에서 여덟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 중 가장 유명했던 작품은 빌리 버크, 험프리 보가트와 함께 공연했던 [Mad Hopes]였고, 이 작품으로 엔트위슬은 R.K.O. 영화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 할리우드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 조연으로 참여한 머나 로이와 아이린 듄 주연의 스릴러 [Thirteen Women]는 실패작이었고 엔트위슬의 출연장면 대부분은 잘려나갔다. 이후 꾸준히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계속 탈락한 엔트위슬은 결국 그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엔트위슬이 생전에 갈구했던 명성은 사후에 찾아왔다. 매스컴은 할리우드 사인의 투신자살이라는 행위의 상징성에 주목했고, 자살 사건은 뉴스가 되었다. 엔트위슬에게는 'The Hollywood Sign Girl'(할리우드 간판女)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그녀의 자살은 아직도 할리우드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좌절과 고통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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