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 가왕 조용필이 가져다 준 것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조용필이 방송에 얼굴을 내밀었다. 가끔 카메라가 찾아가 그를 담아온 일은 있었지만 방송국에 직접 오는 건 거의 15년만의 일이란다. 조용필 출연을 성사시킨 '나는 가수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큰 성과로 자축할만한 일이다. 조용필은 그 많은 출연제의를 거부하면서도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게 된 이유로 "제 노래를 가지고 한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물론 '나는 가수다'와 유사한 제목의 '나는 조용필이다'라는 특집을 과거에 MBC와 했었고, 또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 역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MBC에 대한 친숙함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에 대해 조용필은 "프로들이고 자기 팬들을 갖고 있는데 경연을 한다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워낙 대중들이 좋아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출연하는 가수들이 "너무 긴장한다"며 그러면 "소리가 평소 때보다 더 안 나온다"고 조언하면서, 동시에 인터뷰를 통해서는 "가수들이 평소 때보다 더 노래를 잘하는 것 같다. 경쟁 때문에."라고 말함으로써 '나는 가수다'의 경연이 가진 이중성(긴장과 경쟁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전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혹시 출연하면 1등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박명수의 질문에 "안 될 것 같다"며 그 이유로 "아무리 노래를 잘 하더라도 자기하고 곡이 맞아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는 것이다. 즉 '나는 가수다'의 순위 결정은 가창력 순위가 아니라 곡 선정 등의 운의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 즉 조용필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연에 대해 그 순위는 다분히 운의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것이며, 그 경연 과정이 가수들을 긴장시킴으로써 위축되게 하기도 하지만 또한 경쟁심을 부추겨 더 좋은 무대를 만들기도 하는 장치라는 것을 은연 중에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중간점검을 통한 조용필의 멘토링은 원 포인트 레슨에 가까웠다. '창밖의 여자'를 부른 윤민수에게는 "감정을 너무 넣으면 듣는 사람은 덜 받는다"며 감정을 조금 줄이라는 주문을 했고, '단발머리'를 부른 조관우에게는 "가성이 워낙 좋으니까 가성을 애드립으로 많이 해도 좋다. 다만 편곡이 복잡해지면 애드립을 줄이고 편곡이 편하게 간다면 애드립을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못찾겠다 꾀꼬리'를 부른 김경호에게는 "바이브레이션의 폭을 조금만 줄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고, '그 겨울의 찾집'을 부른 인순이에게는 "이 노래는 앞부분이 중요하다"며 "호흡하고 소리를 100이면 50정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혜진의 '모나리자'는 "너무 슬프다"며 "조금 절제가 필요하다"고 했고, 바비킴의 '추억 속의 재회'는 지금까진 좋다. 하지만 다음에 뭔가 나와야 한다"고 했으며, 마지막으로 자우림의 '꿈'은 "끌 땐 끌고 자를 땐 냉정하게 자르라"고 주문했다. 선배로서 멘토로서 또 원곡자로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곡의 포인트를 사실상 짚어준 것이다.



'가왕(歌王)'이라고 불릴 만큼 조용필의 존재감은 컸다. '나는 가수다'에서 중간점검은 사실상 시청자들에게는 쉬는 한 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연이 없는 주이기 때문에 건너뛰고 경연이 있는 주만 보는 시청자들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조용필의 등장으로 중간점검은 경연 못지않은 긴장감을 부여했다. 그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가수들에게는 못내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점검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1차 경연의 시청률보다 약 2% 이상 높아진 15.7%(agb 닐슨)의 시청률은 단연 조용필의 존재감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나는 가수다'의 조용필 출연에 아쉬운 점도 있다. 정작 조용필의 노래를 듣지 못했다는 점이 그 첫 번째고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조용필을 전설로 추켜세우고 긴장감을 보여주는 방송의 분위기가 오히려 조용필의 세세한 배려를 가렸던 점이 그 두 번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필 효과는 분명했다고 보여진다. 그저 쉬는 한 주로 여겨져 온 '중간점검'을 기획을 통해 오히려 더 주목받을 수 있는 한 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무엇보다 조용필이라는 가수와 노래를 방송을 통해 좀 더 가깝게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그렇다. 과연 '나는 가수다'는 조용필 효과를 기점으로 좀 더 새로운 무대를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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