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격', 청춘합창단으로 얻은 것만큼 잃은 것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은 의미가 남다른 소재다. 50대 이상 어르신들이 젊었을 때의 꿈이었던 합창단을 도전하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저마다 갖고 있는 인생의 결이 노래에 묻어나고, 그것이 또 같이 나이 들어가는 동료들과 화음을 만들어내며, 나아가 세상에 공감으로 울려 퍼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을 만든다. 게다가 이 합창단에 부여한 '청춘'이란 의미는 우리네 삶을 추억하고 관조하게 만드는 깊이까지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이 청춘합창단 프로젝트가 장기화되면서 '남자의 자격'은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다. 의미는 뛰어나지만 재미가 그만큼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예능 프로그램은 누가 뭐래도 그 근간이 웃음과 재미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감동 일색인 이 프로그램은 상당부분 '남자의 자격'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린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청춘합창단의 어르신들에게 오롯이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됨으로써(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정작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캐릭터가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남자의 자격' 멤버들도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어르신들 사이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이들 멤버들에 대한 주목도는 너무 낮다. 이경규가 가끔 버럭 대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전현무가 밉상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을 빼고 나면 그다지 다른 멤버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휘를 맡게 된 김태원이 있다. 하지만 김태원이 하는 역할이 과연 '남자의 자격'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김태원은 국민 할매 캐릭터로 부각되었다. 카리스마를 보일 것 같던 '부활'의 기타리스트가 몸 개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줄 때 대중들은 열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태원이라는 아저씨에게서 가볍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한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남자의 자격' 전체 아저씨들(?)에게도 똑같은 호감으로 전파되었다. 아저씨라면 어딘지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이던 것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귀엽고 호감어린 모습으로 바뀌었던 것.

'남자의 자격'이 남자, 그것도 아저씨들을 주인공으로 세워두고도 폭넓은 세대와 여성들에게도 지지를 얻었던 것은 바로 이 권위를 해체한 아저씨들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지휘를 맡게 된 김태원은 이제 마에스트로의 이미지를 준비하고 있다. 김태원 개인으로서 이것은 삼단 변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국민 할매로 친숙한 이미지를 얻은 후, '위대한 탄생'을 통해 멘토로서의 이미지를 얻은 그가 이제는 카리스마 넘치는 음악인의 이미지를 되찾게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김태원 개인에게는 이해되는 일일 지 몰라도 이것이 '남자의 자격'에 어떤 이미지를 부여할 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따라서 김태원의 지휘자로서의 모습은 상당 부분 조심스럽게 연출될 필요가 있다. 그가 너무 마에스트로로서 부각되거나 상찬된다면(실제로 자막은 그를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것은 자칫 무언가를 가르치려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권위적인 아저씨에 대한 이미지 같은)를 프로그램에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 이것은 현재 청춘합창단이 호평을 얻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혹평이 생기는 이유다. 청춘합창단은 그 소재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인생을 가르치고 있다. 가르치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이런 이미지가 '남자의 자격'이 그간 허물어 놓은 아저씨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다시 세우게 될까 우려가 된다는 얘기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은 물론 무한한 감동을 주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잃고 있는 부분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서로를 깎아내리고 보다 편안한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던 과거의 그 심지어 귀엽기까지 했던 아저씨들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보다 폭넓은 시청 세대를 생각해볼 때 적지 않은 문제다. 기성세대가 지나치게 상찬되거나 나아가 무언가를 가르치려 할 때(이것은 그 프로그램의 멤버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이 '청춘합창단'이라는 소재를 그것도 이렇게 오랫동안 방영하는 것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그 예능 프로그램은 노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남자의 자격'을 발랄하게 했던 그 귀엽던 아저씨들이 어서 빨리 보고 싶은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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