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금은 얼굴 없는 가수들의 전성시대, 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한때 김범수, 조관우는 대표적인 '얼굴 없는 가수'로 불렸다. 이것은 그들의 앨범 자켓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얼굴을 가리거나 흐릿하게 보이게 하거나 아예 뒷모습이거나 심지어는 아예 얼굴이 들어있지 않은 그들의 앨범은 당대의 가수들의 외모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상징이다. 이것은 박정현이나 알리도 마찬가지다. 박정현이나 알리는 노래 잘 부르는 가수로 이미 정평이 나 있었지만 방송 출연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퍼포먼스와 외관을 중시하던 '보는 음악의 시대'에 이들은 소외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방송이 음악을 본격적으로(제대로 음악을 듣겠다는) 다루기 시작하면서 '얼굴 없는 가수'들은 바로 그렇게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방송에서 주목했다. '나는 가수다'가 김범수나 조관우, 박정현을 주목한데는 그 알려진 가창력만큼 그들이 어떤 가수들인지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위 '얼굴이 팔리지 않은' 이들은 더더욱 귀한 몸이 되었다.
얼굴 없는 가수들에게 그들에 딱 맞는 멍석을 깔아주자 이들의 숨겨졌던 매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노래에 소름이 돋고, 감동에 눈물을 흘리는 경험은 대중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가창력이나 곡 해석 능력이 가수들의 진짜 매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외모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과 선입견도 사라졌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에 걸맞게 가수들은 이 무대에서 자기 존재의 증명을 해냈다. 김범수는 비주얼 가수가 됐고 박정현은 요정이 되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성공이 이미지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박정현과 김범수의 광고 모델 발탁은 그 단적인 사례다. 김범수는 자동차 광고 캠페인 모델로 발탁되어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CF촬영을 했고 또 가전제품과 금융업계 쪽과도 얘기가 진행 중이어서 최소 2,3개의 광고를 더 찍을 전망이라고 한다. 박정현 역시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CF를 찍었다. 그녀는 음료에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 보험, 제약광고까지 여러 업체로부터 모델 제의를 받았다. 이 모든 게 가창력이라는 실력으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꾼 결과다.

'불후의 명곡2'는 이제 가수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달라진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무대다. '고추잠자리'로 존재감을 알리고,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매력을 발산한 알리는 사실상 '얼굴 없는 가수'였지만, 바로 그렇게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더 폭발적인 무대의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슈퍼스타K2'로 가수가 된 허각은 비주얼과는 애초부터 전혀 상관없었지만, 그의 절절한 노래가 그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대중들의 시선을 단적으로 말해준 인물은 다비치의 강민경이다. 그녀는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인데 사람들은 내 노래에는 관심이 없고 화장 및 의상 등만 보는 것 같다"며 출중한 외모 때문에 오히려 가창력이 가려지는 아이러니한 작금의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물론 대중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직업을 가진 연예인에게 외모가 중요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확실히 실력이냐 외모냐 했을 때 점점 실력 쪽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가 되어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얼굴만 번지르르하고 실상 실력 없는 가수나 연예인들은 거꾸로 비난을 받기가 더 쉬워졌다. 그만큼 대중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실력 없이 무대에 서거나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작품에나 그걸 보는 시청자들에게나 모두 큰 실례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한때 겉치레에만 경도되던 외모 지상주의의 틈바구니에서, 이제 그 속에 숨겨진 진짜 실력을 바라보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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