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석과 심형래 보도의 허점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황우석 박사가 코요테를 복제하는 데에 성공한 모양이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돌리 이후 온갖 종류의 포유류들이 복제되었으니까. 이게 대단한 뉴스인 건지도 모르겠다. 기사를 읽어봐도 새로운 기술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신경쓰이는 건 이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 들어가는 표현이다. '멸종위기'. 약간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자가 '멸종위기종인 코요테'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거다.

코요테는 멸종위기종이 아니다. 그 근처에도 간 적이 없다. 이 초라한 들개처럼 생긴 종은 북미 대륙을 침공해오는 인간과 도시화에 맞서 싸워 맹렬히 싸워왔고 지금까지 당당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들은 여러 면에서 위대하다. 내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코요테라면 당장 '멸종 위기 코요테'라는 표현을 한 기자들을 싸그리 묶어 명예훼손으로 법정에 세운다.

그런데 어쩌다가 '멸종위기 코요테'라는 말이 나왔을까? 황우석이 정말 그렇게 믿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걸로 사기를 치려고 했던 것 같지도 않고. 내 생각에는 이 복제기술이 언젠가 멸종했거나 멸종위기는 생물을 부활시키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이 사람들을 건너고 건너다 보니 '멸종위기 코요테'까지 이른 게 아닌가 싶다. 하여간 이 기초적인 실수 때문에 '멸종위기 코요테'는 벌써부터 북미 전문가들에게서 놀림감이 되는 중이다.

아무리 관대하게 봐주려고 해도 결정적인 질문은 남는다. 왜 이 실수는 그 순간 교정되지 않았을까? 수많은 기자들이 거기 있었다. 그들은 모두 어렵고 어려운 시험을 치고 들어온 프로페셔널들이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보도자료에 '멸종위기종 코요테'라고 써 있다면 머릿속에서 필터가 돌아가야 한다. 여러분은 보도자료에 '대한민국의 수도 평양'이라고 써 있으면 그냥 그걸 읽을 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보도자료에 대한 게으른 믿음 또는 받아적기'가 내가 일하는 동네에서도 흔해빠진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영화가 개봉될 즈음에 이르면 보도자료들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관계자들에게 배포된다. 그리고 특히 해외영화의 경우, 그 보도자료의 신빙성은 그리 믿을만한 것이 못 된다. 비영어권의 경우 배우들의 이름 표기가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역은 넘치며 노골적인 떡밥들도 있다. 상식적으로 기자라면 이 주어진 재료에 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 몇 번으로 할 수 있다. 복제연구와는 달리 여기엔 대단한 사전지식도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한 기사들은 그대로 올라가고 그것들은 계속 바이러스처럼 복제된다.



예. 얼마 전에 밀라 요보비치가 주연한 <포스 카인드>라는 영화가 있었다. 알래스카의 소도시에서 외계인 납치가 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페이크 다큐스타일의 SF인데, 개인적으로 허구와 사실을 섞는 잔재주가 썩 재미있었다고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영화가 이 사건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클립 일부가 진짜라는 제작사의 보도자료가 뜨면서부터 문제가 일어난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제작자가 이런 식으로 사기를 쳐도 사실 검증이 따라야 한다. 한국 뉴스 웹사이트에서 이런 검증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집청소하듯 뒤져야 한다. 하지만 같은 검색엔진에서 영어로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사실여부에 대한 자료가 뜬다. 이게 보도자료에 대한 우리와 그들의 태도 차이인 거다.

어제 심형래를 둘러싼 의혹을 다루었던 <피디수첩>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심형래가 사원들을 비비탄으로 쏘면서 놀았다는 말은 그 때 처음 들었다. (사실이라면 정말 무섭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기본 정보들은 대부분 공공연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물론 그 중 가장 노골적인 정보는 <디 워>가 시원치 않은 영화라는 것이었겠지만, 다른 것들도 그만큼 쉽게 드러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들이 있었고 숫자들이 있었다. 이건 아무리 주관이 개입되어도 부인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지당한 사실들을 말하는 사람들은 그냥 대립구도의 한쪽으로 남았을 뿐이었고 심지어는 그냥 묵살되었다.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결코 이것은 대립구도가 되지 못한다. 그건 그냥 사실의 보도로 남아야 한다.

그런데 그 간단하고 자명한 것이 되지 않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우린 그렇게 잘 속고 잘 믿는 사람들로 교육받았나 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모든 종교나 철학이 근본주의로 빠지는 성향을 생각해보면 천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정말 천성이라고 해서 우리가 이 상태로 남아야 한다는 말은 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칼로 찌르고 자르고 붙이는 수술을 한다고 해도 자신을 고치려는 시도는 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일어날 고통과 부작용을 각오하고 말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MBC,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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