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나의 이 영화는..] 얼마 전에 개봉된 하우메 콜렛 세라의 ‘언노운’은 마치 ‘테이큰’ 속편처럼 광고되고 있지만 사실 공쿠르 상 수상작가인 디디에 반 코뷜라르트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영화와 함께 책이 번역되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원작과 영화를 비교할 기회가 주어졌다.
예상 외로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원작에 충실하다. 식물학자인 마틴 해리스는 유럽에 도착하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한다. 며칠 뒤 병원에서 나와보니 아내는 자기를 모른다고 하고 그녀 옆에는 자기가 마틴 해리스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여자 택시기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고 그 뒤에 숨겨진 음모를 밝히려 한다.
척 봐도 알겠지만, 반 코뷜라르트의 소설은 전형적인 프랑스 추리물의 전통을 따른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서 거의 초자연적인 일로 보이는 사건을 소재로 등장하고, 논리보다는 그 불가해한 사건의 분위기와 뉘앙스를 즐기다가 갑작스럽게 해결을 보는 구조이다. 브왈로-나르스자크,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추리소설들을 생각해보면 되겠다. 책을 읽기가 어렵다면 조르주 클루조가 브왈로-나르스자크의 소설을 각색한 ‘디아볼릭’을 견본으로 써도 좋다.
영화가 바꾼 것들을 보자. 영화는 우선 무대를 파리에서 베를린으로 옮겼다. 이는 다국적 합작영화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작에는 거의 없는 액션이 꽤 많이 늘었는데, 이는 할리우드 장르 논리에 따르면 당연한 일이다. 예상 외로 각색은 공이 들어갔고, 몇몇 부분은 원작을 능가한다.
특히 우발적인 교통사고를 이용해 미스터리를 더 까롭게 만든 것은 좋은 아이디어로, 각색자들도 자랑스러웠는지, 이야기 중간에 극중 인물의 입을 통해 직접 언급하기도 한다. 반전 이후 얼렁뚱땅 종결된다는 느낌이 강한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후반부 액션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다소 인위적으로 보이기는 해도, 허망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단지 영화는 원작의 주인공 마틴 해리스가 여유를 부려가며 따라갔던 정체성 찾기의 여정과 그를 핑계로 쏟아 부은 다양한 사변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우선순위와 취향의 문제로 여겨진다. 반 코뷜라르트가 액션에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하우메 콜렛 세라의 각본팀도 그런 사변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았으리라.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 = 영화 '언노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