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밥심으로 살아야한다’는 ‘슈스케3’의 이율배반
[엔터미디어=나지언의 어떻게 그런 말을]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니까요.”
<슈퍼스타 K3> 10회에서 박태환이 출연자들의 숙소를 찾아가 영양섭취를 잘 해야 한다는 얘길 하며 햇반을 내놓으며 한 말.
사실 이건 비밀인데, 가요계의 평행이론을 연구하는 <비틀즈 코드> 때문에 불철주야 애쓰는 대덕 연구단지 박사님들에게 제보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금요일 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를 말 잘 듣는 학생처럼 TV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게 만드는 마성의 프로그램 <슈퍼스타 K3> 설정과 미국 SF 작가 프레드릭 폴이 1955년에 발표한 단편 <세계 밑의 터널 The Tunnel Under The World>에서 묘사된 세계가 소름 돋을 만큼 일치한다는 것!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만 친절히 설명하면 이렇다. 프레드릭 폴의 단편 <세계 밑의 터널>에는 매일 똑 같은 광고에 둘러싸여 반복된 삶을 사는 가이와 매리라는 부부가 등장하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거대한 마케팅 리서치 회사에서 만들어놓은 무대를 살고 있더라는 게 이 단편의 핵심 내용이다.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다. 그들이 쓰는 모든 제품은 광고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이며 그들은 그 망할 리서치를 위해 가상의 삶을 사는 것이었다.
1955년에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건, 21세기인 지금 그 마케팅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다는 거다. <슈퍼스타 K3> 출연자들을 보라. 그들은 인터넷과 전화를 쓰지 못하는 폐쇄된 공간에 갇혀 매일 빈폴을 입고 코카 콜라를 마시며 햇반을 먹어야 하는 프로그램을 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이와 매리와 달리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무대에 서는지 알고는 있다는 것.
건강 따윈 안중에 없다는 듯 탄산음료와 인스턴트 음식을 유난히 애호하는 <슈퍼스타 K> 시리즈는 이전 시즌에도 이미 햇반과 콜라 사랑을 노골적으로 표명해왔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도 햇반과 콜라가 등장하는 게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굳이 햇반 모델인 박태환이 출연자들 숙소를 찾아와 “영양섭취를 잘 해야 노래도 더 잘 부를 것 같아서 준비를 제가 여러가지 했거든요?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니까요”라는 어설픈 대사를 하면서 햇반을 먹여야 했나?
아무리 햇반이 엄마가 지어주는 밥처럼 맛있다고 해도 10대, 20대인 출연자들에게 인스턴트 음식인 햇반을 먹이다니, 드라마에서 재벌 사모님이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아들과 사귀는 가난한 여주인공을 주구장창 카페베네로 불러내는 것과 뭐가 다르냔 말이다(요즘 재벌 사모님들은 호텔 커피숍 안 간다. 그들에게 핫 플레이스는 카페베네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알아두길.)

버스커 버스커와 투개월에게 올리브영에서 쇼핑하고 빕스에서 외식하게 하고, 신지수와 울랄라 세션에게 비츠 바이 닥터 드레 헤드폰 씌운 거야 그렇다고 쳐도 모든 출연자들이 집에서 햇반 먹고 단체로 빈폴 패딩 맞춰 입고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른 건 좀 너무했다.
그러니까 엔터테이너는 무대 위에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며 끊임없이 예선 보는 친구들에게 지적해온 <슈퍼스타 K>는 스스로 안 민망한가? 엔터테이너는 무대 매너만큼이나 자신의 목 상태나 건강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해온 <슈퍼스타 K>는 스스로 안 창피한가?
<슈퍼스타 K3> 제작진도 밥 먹고 살아야 하는 건 알겠지만, 덜 노골적으로 덜 부끄럽게 PPL이라는 걸 하면 안될까? 근데 마지막으로 정말 궁금한 게 있다. 그렇게 <슈퍼스타 K3> 출연진들에게 햇반 먹이면 실제로 햇반 판매량이 급증하나? <슈퍼스타 K3> 끝나고 햇반 먹을 사람 별로 없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차라리 CJ에서 나오는 맛밤이 광고 효과는 더 낫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나지언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nahjiun@paran.com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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