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러와’는 좀 더 새로워질 수 있을까요?”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요?" 평소답지 않게 진지하게 은지원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그 질문을 던지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다. '해결의 책'이라는 신통방통한 답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에 손을 대고 진심으로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 책이 답을 알려준다(펼친 책장에 짧은 글이 적혀있다). '해결의 책'은 은지원의 질문에 '이미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답을 주어 출연진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현중과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김지숙의 질문에 '해결의 책'은 명쾌하게 '좋다'는 답을 주었고, 김현중이 "앞으로 열 엄마의 가게가 잘 될까요?"라는 질문에는 '주변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은지원의 조금은 엉뚱한 "바퀴벌레가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질문에는 '비행기를 타라'는 엉뚱하지만 그럴 듯한 답변을 주기도 했다. 이것은 '놀러와'에 신설된 '해결의 책'이라는 코너다. 사실 어찌 보면 '오늘의 운세'처럼 답에 질문을 끼워 맞추는 식이지만, 이 코너 하나로 토크쇼는 의외의 활기를 갖는다.

우연이지만 질문에 딱 맞아떨어지는 답변이 나왔을 때 이 코너는 빛을 발한다. 이 코너가 처음 방영되었을 때 나왔던 김광규가 "짝사랑 하는 여인과 잘 될 수 있겠는가"를 물었을 때, '예'라는 답변이 우연히 나오는 것처럼, 어쩔 때는 딱딱 떨어지는 답이 소름 돋는(?) 흥미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이 코너의 진짜 핵심은 유재석과 김원희의 의미부여에 있다. 조금 다른 답변이 나오거나 아리송한 답이 나왔을 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 답변처럼 느끼게 해주는 식이다.

연극에만 빠져 평범한 여성의 삶을 살지 못했다는 김지숙이 용기를 내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성에 눈을 뜰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고 '동요가 일 것이다'라는 답이 나왔을 때, 유재석은 그것을 '마음의 파문'으로 해석해 긍정적인 답변으로 유도했다. 물론 의미부여가 어려운 답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김지숙이 이어서 질문한 "(자신이 지금 만나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맞느냐"는 질문에 의외로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 것 같은 경우다. 이럴 때 당황하는 유재석과 오히려 "만나는 사람이 하나가 아니다"라고 얘기해 분위기를 맞춰주는 김지숙의 애드립은 예측 불가능한 이 코너만의 묘미를 만든다.



그런데 다만 '해결의 책'은 이 기묘한 책을 갖고 하는 일종의 놀이가 주는 재미뿐일까. 사실 '해결의 책'에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다. 즉 답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런 코너를 통해 게스트들의 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코너를 통해 김지숙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은지원은 초딩이라 불리는 별명과 달리 위엄 있고 존경받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은 소망을 드러내게 된다.

'해결의 책'은 하나의 장치일 뿐이지만 이 장치가 가진 효과는 의외로 크다. 토크쇼를 일종의 게임처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부여하고, 질문과 답변이 딱딱 맞아 떨어졌을 때는 그 짜릿한 쾌감을, 엉뚱하게 맞지 않을 때는 억지로라도 의미부여를 하려는 MC들의 노력을 통해 웃음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굳이 MC가 묻지 않아도 고민 질문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출연자들의 속내를 보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놀러와'는 현재 너무 오래 지속된 형식의 틀 때문에 어떤 변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현재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놀러와'는 변화된 코너들을 실험하는 중이다. 과연 골방 토크 코너에 신설된 '해결의 책'은 '놀러와'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놀러와'가 좀 더 새로워질 수 있을까요?"하고 묻는다면 '해결의 책'은 과연 어떤 답을 내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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