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재석 토크쇼 vs 강호동 토크쇼, 비교분석
[정덕현의 이슈공감] 최근 세시봉 신드롬의 중심인물인 조영남은 '놀러와'에 이어 '무릎팍도사'에도 출연했다. 아무래도 짧은 시간 내에 연달아 출연한 터라, 토크 내용은 중복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러와'의 조영남과 '무릎팍도사'의 조영남은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놀러와'에서 조영남은 한껏 토크를 즐겼다면, '무릎팍도사'에서는 일종의 참회시간을 가진 느낌이었다. 물론 이 차이는 토크 주제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그 특정 주제를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MC들의 스타일도 분명 작용을 한 게 사실이다. 이른바 유재석 토크쇼와 강호동 토크쇼가 비교되는 지점이다.
'해피투게더', '놀러와'가 유재석 토크쇼라고 불릴 수 있는 건, 그 형식이 유재석이라는 메인MC의 스타일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이른바 '듣는 토크'를 구사한다. 출연한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거기서 재미있는 부분을 콕콕 집어내 반추하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이것은 게스트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함께 출연하는 다른 고정MC들 역시 그 특징과 캐릭터가 유재석의 '반추 토크'에 의해 건져 올려지곤 하기 때문이다.
'해피투게더'의 유재석,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 4인방은 유재석이 구축한 토크 스타일에 맞게 캐릭터화 되어 있다. 즉 유재석이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콕콕 집어 낼 때, 박명수는 스스로 망가지고 때론 버럭대면서 지나친 긴장감과 느슨함을 조절하고, 박미선은 젊은 세대에게는 과도한 호감으로, 나이든 세대에게는 동질적인 공감으로 리액션을 보임으로써 세대적인 토크의 폭을 넓히고 있고, 신봉선은 춤과 개인기를 통한 몸 개그는 물론이고 젊은 게스트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어떻게 보면 유재석 토크의 가장 중요한 스타일인 게스트 지상주의를 팀워크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런 경향은 '놀러와'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재석과 함께 진행하는 김원희는 '해피투게더'의 박미선처럼 세대적이고 성별적인 폭넓은 편안함을 가능하게 하고, 보조MC로 출연하는 골방브라더스 길과 이하늘이 박명수의 역할을 한다면, 김나영은 신봉선의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른바 유재석 토크쇼의 핵심은 스폰지처럼 게스트의 이야기를 빨아들였다가, 그것을 특유의 재해석 혹은 과장 등을 통해 웃음으로 전화시키는데 있다.
반면 강호동 토크쇼의 핵심은 '듣는 토크'로서의 유재석과는 달리 '질문하는 토크'라고 볼 수 있다. 씨름선수 출신 특유의 감각적인 순발력은 상대방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숨겨두려 했던 어떤 비밀을 털어놓게 되는 '날카로운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식의 토크 스타일은 설문 내용에서부터 출연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끌어냈던 '야심만만'에서부터 훈련된 결과라고 보여진다.

상 하나를 높고 토크 배틀을 벌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무릎팍도사'가 가능한 것은 숨기려는 게스트와 그걸 파헤치려는 강호동 토크 스타일이 폭발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게스트의 말을 재해석하는 유재석의 리액션과 달리, 강호동이 리액션에 있어서 심지어 단순하게 보일 정도로 크고 강하게만 반응하는 이유는 난감하지만 반드시 파헤쳐야할 비밀을 끄집어내게 하는 질문의 당혹스러움을 어느 정도 무난하게 상쇄시키기 위함이다.
따라서 강호동 토크쇼의 특징은 게스트의 새로운, 혹은 숨겨진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구사되는 강호동 토크의 강한 힘과 파고드는 질문은 자칫 그의 독주처럼 인식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강호동과 함께 출연하는 MC들은 이런 독주하는 강호동을 잡는 캐릭터로 존재한다. '무릎팍 도사'의 건방진 도사 유세윤이나 병풍 올밴이 가끔씩 강호동의 뒤통수를 치는 하극상 토크를 하는 것이나, '강심장'에서 이승기가 그 어쩔 수 없는 밝음으로 강호동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들은 반드시 필요한 장면들이다.
이처럼 토크쇼에 있어서 유재석과 강호동이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된 것은 그것이 개인적인 역량을 넘어서 하나의 자신들만의 토크쇼 스타일을 구축해냈기 때문이다. 유재석 토크쇼 스타일이 '듣는 토크'로서 게스트의 재발견을 지향한다면, 강호동 토크쇼 스타일은 '질문하는 토크'로서 게스트의 숨겨진 이면을 파헤친다. 프로그램의 형식은 조금씩 달라도 이 토크 스타일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어떤 면으로 보면 이들 토크쇼들은 이 토크 스타일을 그 형식에 가장 최적화시킨 느낌마저 든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오래도록 토크쇼의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발군의 토크 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런 그들만의 토크 스타일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프로그램 속에서 구축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들이 출연하는 토크쇼들에 유재석 토크쇼, 강호동 토크쇼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정덕현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MBC,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