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경호, 로큰롤 시스터의 대반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뮤직스토리] 성대결절과 희귀병으로 몇 년 간의 침체기를 보낸 김경호를 다시 대중들의 품으로 보내준 건 '위대한 탄생'이었다. 백청강과 함께 '아버지'를 부른 김경호는 이 단 한 번의 무대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과거 최전성기 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특유의 샤우팅 창법으로 뽑아내는 절대 고음은 더 이상 듣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의 여전히 파워풀한 고음과 여성적일 정도로 섬세한 중음은 그 매력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게다가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바라보듯 백청강을 쳐다보던 그 자애로운 눈빛이라니. 대중들은 그를 '나는 가수다'의 무대에서 보기를 바랐다.
김경호는 단박에 대중들의 부름을 받고 '나는 가수다'의 무대로 소환(?)되었다. 하지만 김경호는 역시 고음에서의 불안함을 여전히 안고 있었다. 과거 쭉쭉 뽑아 올리던 그의 고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자칫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었다. 그의 고음은 이제 마치 버텨내는 듯한 과도한 바이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특별게스트로 나왔던 조용필은 그에게 "바이브레이션의 폭을 좀 좁히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경호의 귀환은 아주 천천히 하지만 강렬하게 이뤄졌다. 첫 무대에서 부른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에서 김경호는 극도의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두 번째 무대에서 부른 조용필의 '못찾겠다 꾀꼬리'에서 록 본연의 강렬함을 되찾으면서 그는 1위를 거머쥐었다. 듀엣 미션에서는 절친인 김연우와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를 불러 2위를 차지했고 호주에서 벌어진 경연에서는 고한우의 '암연'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늘 상위권을 지키던 김경호는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와 자우림의 'Hey Hey Hey'로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스스로 대세임을 입증했다.
도대체 무엇이 김경호에 대한 열광을 만들었을까. 먼저 지목해야 될 것은 고음이 예전 같진 않지만 대신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중음과 그래도 폭발력 넘치는 고음을 잘 조화시켰다는 점이다. '못찾겠다 꾀꼬리'는 초반부에 음산하게 느껴질 정도로 얇고 가는 목소리로 시작해 후반부에 굵고 남성적인 고음으로 이어지며 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는 경쾌한 댄스로 시작해서 역시 록의 강렬함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Hey Hey Hey'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시작한 노래는 차츰 폭발적인 김경호의 록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반전의 효과다. 김경호는 처음 '나는 가수다'에 등장했을 때부터 이 반전을 캐릭터로 가진 가수였다.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보며 극도의 긴장감을 연출하는 그 얼굴 표정은 보는 이들을 심지어 웃게 만들었다. 잔뜩 하얗게 칠해 마치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얼굴로 잔뜩 인상을 찌푸린 그 표정은 다른 가수들의 기량에 놀라고 질린 리액션을 극대화해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막상 무대에 오르면 다른 가수들의 기를 짓누를 정도의 폭발력을 보여줌으로써 반전을 만들곤 했다.
여기에 인터뷰에서 보이는 여성적인 섬세함은 그 록의 자유를 상징하는 긴 머리를 소녀의 이미지로 반전시켰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의 수줍은 듯 엉덩이를 흔들며 추는 춤은 여성적인 이미지를 초반에 깔아놓았고, 그것은 후반부의 남성적인 고음으로 반전되었다. 'Hey Hey Hey'도 초반의 여성적인 섬세한 보컬을 깔아놓고 후반부에 록으로 반전을 이루었다. 여성성과 남성성의 공존. 야누스적인 반전의 목소리. 뱀파이어 같은 섬뜩한 이미지와 소녀 같은 수줍은 이미지의 교차. 중음의 섬세함과 고음의 굵직함. 이 모든 반전의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하자 김경호의 진짜 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록이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에 힘을 발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한 곡에서 그만큼 극적인 반전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도현은 '로큰롤 베이비'가 되었고, 임재범은 '로큰롤 대디'가 되었다. 김경호는 그 목소리는 물론이고 무대매너, 캐릭터가 가진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를 통해 우리에게 온 또 한 명의 록 가수다. 이제 '록의 언니'로 불리는 그에게 '로큰롤 시스터'라는 칭호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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