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리 왕년의 주병진이라도 변화는 필요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두 번째 방영되는 '주병진 토크 콘서트'에서 주병진은 첫 시작을 '해피투게더'를 언급하며 열었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오더라는 것. 알고 보니 자신이 '해피투게더'를 틀어 놓고 있더라며 "역시 습관은 무서운 것"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농담으로 던진 얘기지만, 이것은 은연 중에 마치 '해피투게더'가 '습관적인 시청'을 하는 프로그램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그런데 같은 시간 '해피투게더'는 오래도록 유지해왔던 목욕탕 토크쇼 형식을 사우나 토크쇼로 바꾸고 보조MC로 G4 김준호, 김원효, 정범균, 허경환을 투입해 새로운 형식 실험을 했다. 물론 형식을 바꾸고 하는 첫 번째 시도여서인지 어딘지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는 분명 전해졌다.
반면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첫 회 박찬호가 나왔을 때만큼 박진감이 없었다. 차승원이라는 올해의 인물을 게스트로 데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밋밋했다. 주병진은 어쩐 일인지 너무 가라앉아 있었고, 차승원의 얘기를 계속 칭찬하고 띄워주는 토크만 계속했다. 이것은 마치 과거 KBS '박중훈쇼'를 보는 듯한 인상을 지웠다. 연예인을 초대해 '예의있는 토크쇼'를 한다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상찬만 하는 그런 토크쇼.
주병진이 방송을 안 한지 무려 12년이 흘렀다. 그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의 방송 환경과 지금은 사뭇 달라졌다. 카메라 하나 달랑 세워두고 주로 스튜디오에서 해왔던 과거 버라이어티쇼 시절과 달리, 지금은 좁은 스튜디오에도 카메라 수십 대가 배치되어 있고, 수시로 야외로 빠져나가며, 무엇보다 버라이어티쇼 앞에 '리얼'이라는 단어가 붙는 시대다. 이것은 토크쇼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이른바 리얼 토크쇼가 대세인 세상이니까. 게스트 배려하느라 해야 될 질문 못하던 시절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런 주병진이 '주병진 토크콘서트'로 복귀했다. 12년이라는 시차적응이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12년 전의 주병진이 구축해 놓은 코미디는 실험적이고 독특한 것이었다. 당시 '유머일번지'나 '쇼 비디오자키'처럼 콩트 코미디가 대세를 이루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주병진이 1인MC로 앉아 마치 토크쇼를 진행하듯 하면서, 동시에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코너들을 보여준다는 시도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배워봅시다' 같은 코너는 버라이어티쇼들이 지금까지도 비슷한 버전을 반복하고 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스튜디오에서 그 날 '배울 것'을 체험하는 그 과정 자체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이 버라이어티쇼는 마치 작금의 미션 형태 쇼들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일밤'이 토크쇼와 콩트 코미디 그리고 체험 형식의 버라이어티쇼가 접목된 것이었다는 점은 주병진이 가진 재능의 다양한 결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제 아무리 한 때를 풍미한 주병진이라고 해도 빗겨갈 수 없는 것이 시간이 만들어내는 어떤 격차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지금껏 주병진이 12년 전까지 구축해온 일련의 방송 노하우를 모두 끄집어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이 12년 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말은 자칫 '주병진 토크 콘서트'가 하나의 '추억'에 머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기보다는 과거의 익숙했던 그 모습을 반복할 때, 과거를 추억하는 시청자들은 끌어 모을 수 있어도, 현재의 달라진 시각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몇 년 전 최양락이 갑자기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처럼 등장한 적이 있다. 그는 각종 토크쇼 게스트로 등장해 특유의 깐족 개그로 대중들의 이목을 끌더니 '강심장' 같은 코너의 고정MC로 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때 지나가는 열풍이 되어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그저 과거 추억을 반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특이하게 보였던 최양락이지만 차츰 그것이 과거의 재현이라는 점은 대중들을 그렇게 어필하지 못했다. 이것은 똑같이 주병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물론 그가 한 때 예능의 한 획을 그은 인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현재를 담보할 수 없다. 그는 과연 이 시차적응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주병진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자신의 강점을 지금 시대에 맞춰 보여주는 변화의 시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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