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철, ‘슈스케’ 대변인이라도 되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이승철이 '슈퍼스타K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버스커버스커에게 '배은망덕'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유는 그들이 '슈퍼스타K3'가 끝난 후 엠넷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때문이다. 버스커버스커는 "그룹이 결성된 뒤 얼마 되지 않아 '슈퍼스타K'에 출전하게 돼 그룹의 정체성이나 앞으로 활동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고민도 안 끝났는데 언론과 대중 앞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대해서 이승철은 "버스커버스커의 활동 중단은 지금까지 자신들을 응원해 주고 투표해 준 팬들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 오만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팀 내부 사정이 어떻든 간에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을 알렸는데 '슈스케' 관련 행사에 출연하지 않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또 "계급장은 본인들이 다는 것이 아니다. 버스커버스커는 슈퍼스타K를 통해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1년간은 팬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겉으로 보면 이승철의 이야기는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팬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가요계 선배로서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먼저 이승철이 지칭한 '팬'이 도대체 누굴 말하는 것인지 애매하다. 버스커버스커의 진정한 팬이라면 아마도 그들이 말한 '고민할 시간' 정도는 이해할 것이다. 그들 말대로 그룹 결성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면 앞으로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좀 더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공고하게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년 간은 팬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서 팬이 누굴 의미하는지가 불명확하다. 어찌 보면 이것은 버스커버스커의 활동(정확히 말하면 '슈스케' 행사 출연)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팬'을 호명한 것처럼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이승철의 이야기는 팬의 이름을 괜스레 꺼내서 사실상 '슈스케' 행사 출연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배은망덕'을 운운한 것이 된다. 이렇게 보면 '팬들에게 보답하라'는 얘기는 '슈스케에 보답하라'는 얘기로 들린다.



게다가 이것은 '슈스케3'의 톱11을 매니지먼트하는 CJ E&M의 공식입장도 아니다. CJ E&M측은 이러한 버스커버스커의 행보에 대해 "지금의 일정보다 버스커버스커의 미래가 더 소중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도대체 이승철은 CJ E&M조차 수긍한 이들의 행보에 왜 감정적인 얘기를 꺼낸 것일까. 이것은 과연 이제 막 첫발을 디디려는 후배에게 선배가 해야될 일일까. 물론 선배가 후배 아끼는 마음에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기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것은 조언이 아니라 일종의 공격이다.

또한 '슈스케'가 버스커버스커라는 무명의 밴드를 대중들에게 그토록 짧은 시간에 각인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인 방송이 끝난 후에도 반드시 버스커버스커가 '슈스케'가 제시하는 일련의 행사를 다 치러야할 의무는 없다. 물론 그것이 이제 막 가요계에 발을 디디는 밴드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도,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익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익이라고 하는 것도 밴드들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굳이 모두가 기획사 시스템에 들어가 방송 활동을 하며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오르는 그런 활동을 해야 이익이라고 할 것인가. 어떤 이들은 자기들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또 다른 음악의 길을 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가끔 연예계의 선배 운운하면서 "요즘 후배들은..." 하며 이른바 개념 있는 척 쓴 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인간적으로 선후배 관계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러한 서열로 후배들이 가려는 길을 자신이 걸어왔던 길에만 맞춰서 보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사실 선배들이 걸어온 그 길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특히 우리처럼 조악한 연예계 현실 속에서는 더더욱.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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