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L코리아’, 한국적 유머를 더한 새로운 시도

[엔터미디어=최정은의 현장 속으로] 젊다, 그리고 다르다! tvN의 (이하 )는 37년 동안을 이어온 NBC의 을 들여와 무엇이든 보여 주고, 어떤 것이든 해 보는 생방송 코미디 버라이어티 쇼다. 오래된 만큼, 재미가 검증된 시스템에 새로운 시도들이 가득한데 방송 현장 또한 흔히 보던 공개 방송의 모습이 아니다. 아래층 거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미난 일들을 2층 난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보는 사람이 즐거운 쇼, 에서 한 판 놀아봐야겠다.

◆ All Live

는 야외 촬영 분을 제외한 모든 코너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정확한 시간 계산이 필수일 터, 방송에 앞서 미리 똑 같이 진행해보는 프리뷰(Preview) 시간을 갖는다. 흔히들 ‘런 쓰루’(Run-through)라고 하는 이 시간을 제작진들은 ‘1회 공연’이라 부르고 있었다. 관객을 앞에 둔, 실제와 다름없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시작된 리허설은 관객 입장 직전 까지 이어졌는데 세상에! 첫 회 때 백 번 이상 연습했다더니 빈말이 아닌가 보다. 그래서일까? 현장의 스태프들은 관객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단다. 하도 보고 또 보다보니 정작 자신들은 재미있는지 아닌지 가늠하기 어려워져서이다.



◆ SNL 마니아

“호스트가 ‘새러데이 나잇(Saturday Night)!’하면 여러분은 ‘라이브(Live)!’라고 크게 외쳐 주세요!”

가파른 계단을 올라 자리에 앉으니 바로 코앞에 무대가 펼쳐져있다. 배우와 얼마든지 눈도 마주칠 수 있는 거리, 마치 연극이 시작 될 소극장 무대처럼 느껴진다. 다만 다른 건 각 코너가 진행될 세트들이 무대 이곳저곳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는 점이다. 좁은 공간에서 원활한 장소 전환을 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배치해두고 있었는데, ‘위크엔드 업데이트(weekend update)'처럼 배경 이동이 용이한 세트들은 메인 세트에 올렸다 내렸다 한다. 오프닝이 벌어진 바로 그 자리에 ’위크엔드 업데이트‘ 세트가 놓이는 것이다.

하우스밴드의 연주에 따라 자연스레 리듬을 타고 있던 관객들은 오늘의 호스트 배우 김인권이 등장하자 환호성과 함께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를 즐겨 본다는 남지숙씨(30)는 사연이 당첨 되어 왔다며 ‘생소한 포맷이라 일반인들이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곧 재미있어 하실 것’이라며 잔뜩 부푼 기대의 시선을 무대로 보낸다. 이처럼 마음을 열고 를 즐기는 이들이 제작진에게는 좋은 자극이지 싶다.



◆ 카리스마 장진

의 연출과 대본, 출연, 섭외는 모두 장진 감독의 손을 거친다. 사실 현장에 오기 전에는 ‘설마 다 하겠어?’ 했었다. 그런데 정말 다 한다. 단정한 슈트에 젠틀한 미소는 여전 하지만 모니터링부터 배우의 분장을 챙기는 일까지, 현장의 그는 마치 전사 같은 모습이다. 열심히 일하는 남자는 아름답다고 했던가? 긴장감 넘치는 생방송 현장에서 감독 장진의 카리스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 무대 뒤에서도 연기하는 연기자들

크루(Crew)는 매 주 바뀌는 호스트들을 잘 ‘놀 수 있게’ 도와주는 쇼의 진정한 주인들이다. 인상적이었던 건 자신의 코너가 끝나 카메라는 이미 다른 출연자를 잡고 있음에도 연기를 멈추지 않고 이어가는 배우들이었다. 안영미 기상 캐스터의 ‘부산사랑’이 불이 꺼진 후에도 계속된다고 상상해 보라. 그녀는 어둠 속에서도 ‘그게 뭐 어때서?’ 라는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TV 속 가 코너와 코너 사이 빠른 음악과 영상으로 화면을 이어 간다면 현장의 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자연스럽게 장면을 전환시키고 있었다.



◆ 시스템을 채우는 작가들

의 이야기들은 장진 감독을 필두로 세 명의 작가가 함께 만들어 낸다. 이규복 작가는 관객 대상의 코미디라는 점에서 KBS2 <개그 콘서트>와 자주 비교되는데, 사실 의 콩트들은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하기 보다는 연기력을 요하는 정극에 가깝기 때문에 차별점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 ‘쇼’에는 콩트뿐만 아닌 디지털 쇼트(Digital shot)나 뮤지컬 게스트 등 다양한 장르가 함께 소개되기에 재미있겠다 싶으면 형식을 가리지 않고 생각을 열어 둔다고 했다. 물론 이런 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코너마다 잘 맞는 배우가 있어야 하고, 다행히 김원해, 이철민, 장영남씨 등이 중심을 잘 잡아주어 고맙다고 했다.



◆ 즐거운 제작진

현장에 가면 유달리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라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왠지 낯설지 않다 싶었더니 2회 ‘공형진’ 편 오프닝에 잠깐 얼굴을 비췄던 안제민 PD다. 쇼의 성격상 만드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이 나오기 힘들다는 생각인데,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즐거워지는 제작진이다. 방송 출연은 단지 개인적인 욕심일 뿐이었다며 박장대소 하는 그는 코미디 쇼를 생방송으로 보여 준다는 자부심, 내가 일하는 시간을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함께 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했다. 또 한국적 유머를 더한 가 앞으로 더 재미있어 질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다고 했다. 강한 긍정 에너지, 현장에서 또 하나 배웠다.



◆ epilogue

*프리뷰와 실제 방송은 모든 것이 똑 같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실시간 뉴스’. 당연한 일이지만 프리뷰 때 실시간 검색어가 ‘무한도전’ 이었다면 본방송에서는 였다.
*이 날의 호스트는 김인권. 방송 내내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 다니더니 팬티만 걸친 채 콩트를 하는데, 방청석에서 들리던 “안 돼!” 하는 작은 탄식. 귀여운 뱃살 때문이라고는 안하겠습니다.
*공개 방송 현장에는 젊은 관객들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또한 엄마와 함께 온 딸도 있었고 부모님 연세이신 분도 계셨다. 뮤지컬 게스트였던 김조한의 노래가 끝나자 그와 눈빛을 마주쳤다며 소녀처럼 좋아하시던 어머님, 그 설렘이 부럽습니다.
*이번 주의 호스트는 박칼린 이다. 지금껏 연기도 하고 뮤지컬도 해 왔다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음악 감독 이외의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을 터, 춤추고 노래하는 그녀가 궁금하다면 를 시청해보자. 그녀의 모든 것이 크리스마스이브에 공개된다.


최정은 기자 rachoi@entermedia.co.kr


[사진&자료=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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