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탄생2’ 윤상, 멘토스쿨의 정답을 제시하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공일오비(015B)의 ‘이젠 안녕’. 이 노래를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자주 들었을까? 온갖 모임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때론 음식점의 마감을 알리는 신호로 흘러나오는 곡이 아니었나. 그런데 나는 이 노래가 이렇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이렇게 절절한 가사였는지 MBC <위대한 탄생> ‘윤상 멘토 스쿨’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멘티 김태극이 애써 감정을 절제해가며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나 또한 덩달아 눈시울이 뜨거워졌으니까. 노래가 끝나고 멘토 윤상이 거수경례로 답하는 장면까지, 어쩌면 손발이 오글거릴 수도 있는 설정이었지만 스승과 제자들 사이에 오간 진심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예선 때만 해도 ‘윤상을 웃겨라’가 암암리에 존재했을 만큼 냉정함을 고수했던 윤상. 늘 무표정인데다가 폐부를 찌르는 직설이 하도 차디차서 한 마디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고 할까? 실력은 백번 인정하지만 제자가 되어 지도를 받기엔 어쩐지 두려운 멘토였던 것. 그래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외면을 하는 바람에 윤상의 멘토 스쿨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운오리 새끼 팀이 되고 말았다.

이 팀이 엠티를 떠난다고 했을 때도 별 기대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상상이 가능했던 건 천지 분간을 못하는 개성 청년 김태극과 개념 충만한 멘토 사이에 벌어질 충돌이 아니었을지. 솔직히 김태극의 돌발 언행에 매번 반응했던 이승환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천하제일 차도남 윤상이 김태극을 제자로 받아들였다는 것 자체가 의외였는데, 따라서 예능감이 있는 인물을 하나쯤 생존시키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긴 선택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예측과 달리 윤상 스쿨은 1기를 포함, 가장 풍성하고 속이 꽉 찬, 멘토 스쿨의 정답이었다고 감히 주장하는 바이다. 윤상 스쿨의 최대 장점은 존중과 배려다. 멘토 자신은 물론 중간 평가 때의 성시경과 윤건, 그리고 최종 평가에 참여한 스윗소로우를 비롯한 열여섯 명의 심사위원들 중 어느 한 사람도 멘티에게 반말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말투며 어조만이 아니라, ‘어디 한번 잘 하나 볼까?’하는 자세가 아니라 멘티들의 노래를 진심으로 경청해주려는 눈빛이며 표정이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아이유의 깜짝 출연에 이어진 김태극의 집중력 강화도 기대하지 못했던 재미였고, 저스틴이 암 투병 중이신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통해 주고받은 자장가 또한 예상치 못한 감동이었다. 그런가하면 현재 출연 중인 시트콤에서는 말 한 마디를 들을 수 없는 윤건이 실은 얼마나 달변인지, 얼마나 사려 깊은 인물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었고. 거기에 <위대한 탄생 히든트랙>을 통해 보여준 김태극의 저스틴 성대모사 역시 놓치고 지나쳤다면 서운했을 잔재미가 아니었겠나. 그러니 감동과 재미, 눈에 띄는 성장까지, 삼박자를 두루 다 갖춘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김태극을 변화시켰다는 사실이다.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감각들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는 윤상의 말에 공감이 갔다. 스승으로부터 음악을 대하는 진정성을 배운 김태극은 진심을 담아 노래했고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라는 가사에 맞춰 눈을 감고 제자의 노래를 듣고 있는 윤상은 그 어느 누구보다 따뜻한 멘토였다. 김태극의 노래를 그날 처음 접하는 사람이면 ‘과연 생방송 무대에 오를 실력인가?’하고 의아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상의 말대로 김태극의 도전을 시작부터 지금껏 지켜봐온 시청자라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합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톱 쓰리로 주목하는 이들이 생긴 전은진, 보컬로서의 역량은 뒤지지 않았지만 섬세함이 부족해 탈락한 장솔, ‘죽는 날까지 음악의 맥을 끊지 못할 것 같다. 축복이면서도 저주 같다’라는 말을 남긴 저스틴, 그리고 멘토 제도의 필요성을 입증한 김태극까지, 서로 가는 길은 달라졌지만 이번의 안녕이 결코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이라는 사실을 믿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대들의 멘토는 바로 윤상이니까!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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