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 투 헤븐’, 유품정리사가 읽어주는 모든 삶의 가치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에서 이렇게 따뜻한 휴먼드라마라니

[엔터미디어=정덕현] 그간 넷플릭스를 오해하고 있었던가. 다소 자극적이고 선정성이 높은 작품들이 특징이라고 여겼던 넷플릭스에서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그것이 하나의 선입견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한 작품이다. 부제로 붙여져 있는 것처럼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은 생소하지만,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소개됐던 김새별 특수청소전문가를 접했던 시청자라면 그 직업만으로도 가슴 먹먹함이 느껴질 수 있다.

유품정리사는 고인의 마지막 물품들을 정리해주는 그런 일을 하는 분들이다. <무브 투 헤븐>에서 이 일을 하는 이는 한그루(탕준상)라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인물이다. 아버지 한정우(지진희)와 함께 일을 배워 시작했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의 특징 자체가 독특해 드라마는 이들이 찾아가는 다양한 ‘죽음’에 담긴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그저 청소만 하고 물품만 정리해주는 일지만, 고인을 대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남긴 물품들이 전해주는 마음 속 이야기를 읽어내려 한 아버지를 통해 한그루 역시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여러모로 비정규직으로 작업 중 사망한 청년 김용균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이야기로 시작한다. 기계에 발이 물려 들어가 사고를 당하고도 비정규직이라 병원도 못간 채 버티다 좁디좁은 고시원 방에서 사망하게 된 청년. 한정우와 한그루는 그 작은 방을 정리하며 고인이 남긴 영수증, 컵라면, 사진들 속에 담긴 이 청년의 마음을 읽어낸다. 그리고 그 유품들을 가족들에게 전해주려 고인의 장례식장을 찾아갔다가,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으려는 사측 인물들의 무례함에 이 청년이 가졌던 마음을 대신 전하는 방식으로 일갈한다.

매 회 다른 죽음들을 소재로 가져오고, 그것을 유품을 통해 읽어내는 이야기는 <무브 투 헤븐>이 다양한 장르적 감흥을 갖게 되는 이유다. 사회극처럼 시작한 드라마는, 죽어가면서도 아들 생각만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가족드라마 같은 따뜻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스토킹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의 유품을 통해 추리함으로써 진범을 찾아내는 추리극적인 요소 등 다채로운 장르의 맛을 담아낸다. 하지만 전체를 감싸 안고 있는 장르적 색깔은 휴먼드라마다. 모든 죽음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 모든 삶의 빛나는 가치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한그루의 후견인으로 오게 된 조상구(이제훈)는 이 드라마의 따뜻함을 극적으로 담아내는 인물이다. 권투를 하다 사설 도박장에서 이종격투기를 했던 조상구는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감옥까지 갔다 온 인물. 모든 것이 바른 한그루와는 너무나 다른 이 인물은 후견인이 되어 그 재산을 목적으로 찾아왔다가 함께 유품정리사 일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해간다. 죽음과 그 죽음에 담긴 사연들을 접하며 진짜 가족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이제훈은 이 조상구의 냉정한 듯 따뜻한 면면들을 잘 표현해낸다.

워낙 자극적인 일들이 현실에서도 계속 벌어지고, 콘텐츠들도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은 오히려 이질적인 드라마처럼 보인다. 잔잔하지만 묵직한 여운이 담긴 드라마. 소소한 재미들이 존재하지만, 죽음을 소재로 다루기 때문에 진중해지는 이야기. 무언가 무거운 현실 속에서 마음이 무거운 이들이라면 편안하게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힐링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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