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평범의 위대함, 위대한 사람들이 선택한 평범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들은 모두 위대했다. 팔순의 나이에 매일 플랭크와 스쿼트, 걷기 운동을 하고, 독서, 음악, 공부를 빼놓지 않고 하는 어르신, 그 누구도 뚫지 못했던 유리천장을 뚫고 최초의 여성임원이 된 분,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나 어려서 세 번의 큰 심장수술을 했지만 끝내 아픈 분들을 돌보는 의사가 되신 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부제로 소개한 분들은 하나 같이 위대하다 말할 수 있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을 이렇게 위대하게 만든 것이, 대단히 거창한 꿈이나 성공이 아니라 ‘평범함’이었다는 사실은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커다란 위안과 깨달음을 안겼다. 팔순의 나이에 ‘플랭크맨’ 김영달 어르신이 그 운동으로 유명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60대를 넘겨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걸 알게 되면서였다. 그 전에 마라톤을 했던 그는 이제 다리에 힘이 없어 더 이상 그걸 할 수 없게 됐다는 걸 알고는 새로운 방법으로 플랭크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매일 1초씩 시간을 늘려가며 그걸 일일이 달력에 체크했다는 그는 몇 십 초도 버티기 힘들었던 플랭크를 이제는 매일 10분씩이나 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일에 있어서 꾸준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옴으로써 그 일을 해낸 김영달 어르신이 도달한 위대함의 비결은 결국 ‘평범함’ 속에 있었다. 평범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랐고, 그래서 시작한 플랭크나 걷기 운동 같은 것들을 그저 꾸준하게 했던 것.

윤여정씨의 동생으로 최초 여성 임원이 됐던 윤여순씨도 결국 그가 바랐던 것은 ‘평범함’이었다.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시절의 그 평범하지 않던 여성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저 편평하게 만들려 노력했던 것. 워킹맘으로서 지금도 육아와 일을 ‘독박’하고 있는 여성들이 특히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걸 고민하는 것에 대해 그는 열심히 잘 사는 엄마의 삶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큰 본보기이자 교육이라고 말했다.

이날 특히 평범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준 인물은 마지막에 출연했던 의사 신승건씨였다. 선천적인 심장병 때문에 세 번의 큰 수술을 했던 그는 어려서 ‘선생님’ 하면 학교 선생님이 아닌 의사 선생님을 더 떠올릴 정도로 병원 생활이 잦았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신승건씨는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게 됐다.

심장병이 있어 선생님이 만류했지만 마라톤을 했던 경험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그가 얼마나 ‘평범’해지고 싶었는가를 잘 보여줬다. 남들처럼 자신도 뛰고 싶다는 것. 물론 숨이 가빠 힘겨울 때마다 멈춰서고 걷기를 반복했지만, 반환점을 돌아 뒤에서 오는 이들에게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는 너무나 기뻤다고 했다. 자신도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 그건 아파서 환자로서 병원을 드나들었던 그가 이제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된 큰 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세상은 넓고 참 위대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위대한 사람들을 만든 건 어떤 ‘평범의 결핍’일 수 있다고 <유퀴즈 온 더 블럭>은 말하고 있다. 그 결핍이 있어 평범해지고 싶었고, 그 평범함을 달성하면서 그들은 위대해졌던 것. 이건 이 프로그램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저 매 회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꾸준히 들려주었을 뿐이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매회 유재석이 출연자들에게 감복하고 있는 건 그래서 위대함이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고 아주 가까이 평범함 속에 있었다는 걸 이 프로그램 안에서 발견하고 있어서일 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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