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줄어든 서민 토크, 이러다 홍보 프로그램 될라

[엔터미디어=정덕현] 별다방 30% 할인, 자사 백화점 20% 할인, 마트 할인 10%...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백화점 브랜드 비주얼 담당 VMD(비주얼 머천다이저) 유나영은 “백화점에서 일하면 베네핏이 있냐”는 질문에 갖가지 혜택들을 털어놨다. 그 혜택들을 얘기할 때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제작진들도 탄성을 질렀다. 베네핏이 너무 부럽다는 것.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관심사일 수는 있지만, 어딘가 브랜드들이 줄줄이 나오는 그 상황이 이 프로그램과 어울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날 유나영 VMD가 출연한 건, 백화점 전면 외벽을 화려하고 다채로운 영상으로 장식해 지나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아 놓을 만큼 핫플레이스로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었다. 그 작품에 가까운 외벽 장식을 위해 2월부터 준비했다는 유나영 VMD는 어려운 시기에 시민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광고물도 과감히 없애면서 그 영상을 채웠다고 했다. 이날 특집의 주제였던 ‘크리스마스 선물’과 분명 어울리는 섭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영상물은 유나영 VMD 개인이 했다기보다는 그 백화점의 선택에 의해 가능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이 백화점에 대한 홍보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의 홍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남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어딘지 흔들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날 ‘크리스마스 선물’편에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섭외는 산타 버스를 해마다 운영해온 최영형 기사님의 이야기였다. 자비를 들여 직접 버스를 장식하고 꾸민 후 운행하며 시민들과 즐거운 소통을 해온 최영형 기사님. 낮은 곳에서 우리 사회를 조금은 따뜻하고 밝게 만드는 그 분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해주는 <유 퀴즈 온 더 블럭>만의 낮은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바비큐 연구소장 유용욱의 경우 ‘크리스마스 선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애매하다. 바비큐 식당을 내서 성공한 사례를 들려주고, 김범수 의장이 찾아와 극찬을 함으로써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야기는 흥미롭긴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결국 식당 홍보와 크게 다르다 여겨지지 않는 면이 있다. 조세호와 친하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홍보의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개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색깔이지만, 그 뒤에 기업, 가게 홍보가 느껴지는 건 과연 괜찮은 선택일까.

이러한 회사 홍보에 가까운 느낌은 지난회에 ‘나도 모르게’ 특집에서도 도드라진 바 있다. 샴푸 사러 갔다가 머리 감게 만드는 매니저 황지연씨의 사례는 누가 봐도 그 회사 홍보에 가까웠고, 매운 볶음면 개발자의 출연은 더 노골적인 회사이자 제품 홍보였다. 뉴욕 한 복판에 고래와 파도가 헤엄치고 폭포가 떨어지는 광경의 디지털 아트를 선보인 건 분명 흥미로운 광경이자 이야기였지만 그것 역시 디스트릭트라는 회사 홍보에서 벗어나긴 어려웠다.

물론 대중들이 열광할만한 어떤 국제적 성과를 낸 제품이나 회사에 대한 홍보가 그리 잘못된 선택이라고만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렇게 홍보 비중이 많아진 선택들이 <유퀴즈 온 더 블럭>이 본래 갖고 있던 색깔, 즉 서민들의 이야기에서 너무 벗어나는 느낌을 준다는 사실이다. 연예인 출연도 과거에는 간간히 이뤄졌지만 이제는 매주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일반인 토크쇼가 본색이었던 프로그램이 점점 연예인이나 성공한 유명인들로 채워지는 건 어딘가 엇나가는 느낌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은 과거에 비해 화려해졌다. 코로나19 때문에 바뀐 것이지만, 섭외 공간도 화려해졌고(때로는 공간 자체도 PPL 성격을 띠기도 한다), 섭외되는 인물들도 성공한 이들이 많아졌다. 물론 ‘위대한 서민들’이 여전히 등장해서 프로그램을 빛내지만, 점점 화려해지다보면 이 진짜 주인공들이 가려지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된다. 가장 위험할 때가 가장 정점에 올랐을 때라고 했던가. 초심을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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