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드’의 매력 살린 ‘신옛드’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감각적이다 못해 뜬구름 잡는 대사를 내뱉는 로맨스물도 아니다. 어마어마한 자본이 들어간 대작이나 유행하는 스릴러 장르물도 아니다. 다만 이 드라마들은 1980~90년대 ‘옛드’와 접점이 있다. 분위기와 구조는 소박하다. 스토리는 너무 복잡하지 않다. 또한 남녀의 허세 로맨스가 아닌 사회생활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춘다. 가끔은 너무 교훈적이고 너무 감상적이지만 그것이 꼭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옛드’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이 ‘신옛드’ 드라마들은 트렌디하고 돈 냄새 풀풀 나거나 너무 영화적인 드라마들과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들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보다 보면 꽤 임팩트가 있다.

‘신옛드’ 드라마의 대표로는 아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있을 것이다. <슬의생> 이전의 의학드라마는 로맨스시대를 거쳐 장르물과 전문성 드라마 쪽으로 흘러갔다. 반면 <슬의생>은 그 흐름을 거슬러 청춘 의사들의 우정과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다. 언뜻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사랑받은 KBS 청춘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떠오르기도 한다. 의대생들의 풋풋하면서 밝은 성정과 그들 주변의 어른들의 소박한 휴머니즘이 닮아 있다. 이러한 구도로 <슬의생>은 쫀쫀한 구조가 아님에도 시청자들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다. 무언가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드라마인 것이다.

한편 MBC <미치지 않고서야>는 <슬의생>과는 다른 방식으로 ‘옛드’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1980년대에는 KBS <TV손자병법>이나 MBC <행복어사전>, <도시인> 같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들이 있었다. 특별히 감상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이지 않으면서도 사회생활의 고충을 소박하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직장생활의 딜레마를 다룬 드라마 중 최고 수준의 대본 퀄리티를 자랑한다. 한명전자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한국의 직장생활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인사팀과 개발팀의 입장과 완력싸움, 그 사이에서 떨궈지는 사람과 살아남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절절하다. 하지만 <미치지 않고서야>는 1980년대의 직장 드라마처럼 이 구조를 비극이 아닌 블랙코미디처럼 풀어놓는다. 그 때문에 <미치지 않고서야>는 한명전자가 드라마의 배경의 전부이고, 별다른 로맨스도 없지만 오히려 최근작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여운을 지닌 드라마가 되었다.

한편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 <경찰수업> 역시 전형적인 ‘신옛드’다. 1980년대 <배달의 기수>부터 1990년대 MBC <파일럿>의 정서까지 품고 있는 이 드라마의 구조는 굉장히 빤하다. 범죄의 과거를 지닌 주인공 강선호(진영)가 경찰대학에세 개과천선하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사실 가장 흥미로운 코드이기도하다. 더구나 <경찰수업>은 일단 이 빤하지만 흥미로운 구조에 해킹범죄 등의 최신 범죄 소스를 잘 녹여서 넣는 센스를 발휘한다. 그 때문에 낡아 보이지만, 새롭고, 또 이야기가 단순하지만 이해하기 쉬워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쉬워보인다.

‘옛드’의 분위기를 지닌 ‘신옛드’가 각광받는 이유는 반대로 너무 드라마들이 화려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그 화려함 속에 철학적인 세계관이나 공감 가는 스토리텔링, 대작에 어울리는 강렬한 플롯이 어우러졌다면 더 좋아졌겠지만, 실패한 작품들은 딱히 그렇지는 않다. 그렇기에 오히려 소박하고 이해하기 쉽고 친근감까지 있는 ‘신옛드’들이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MBC, KBS]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