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그 누가 꼭두각시를 세워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가

[엔터미디어=정덕현] “너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진정 보여주길 바라느냐?” KBS 월화드라마 <연모>에서 한기재(윤제문)는 폐세자가 되어 도망치려던 이휘(박은빈)를 붙잡아 왕이 되라 강권한다. 하지만 이휘는 왕이 되고픈 마음이 없다. 그는 연모하는 정지운(로운)에게 자신이 여인이라는 비밀을 알려줬고, 그와 사가에서 평범하지만 진짜 그 자신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 마음먹었다.

하지만 한기재에 의해 혜종(이필모)이 독살되고 그 일로 정적들을 몰아낸 한기재는 폐세자가 되었던 이휘를 다시 왕위에 올리려 한다. 만일 이휘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관과 상궁을 모두 죽이고 정지운은 관노로 보내버리겠다 협박한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려는 것인지 이휘는 이해할 수 없어 그 이유를 묻지만, 한기재는 말한다. “말하지 않았느냐 욕망을 채우는 것엔 이유 같은 건 없는 법이라고.”

결국 이휘는 한기재 앞에 무릎을 꿇는다. 원치 않는 일이고, 그것이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며,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가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이를 수락한다. 그래야 이복동생으로 죄 없는 제현대군(차성제)을 살릴 수 있고 그와 관계된 사람들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살려만 준다면 그는 기꺼이 한성재의 “인형”이 되어드리겠다 말한다.

남장여자 콘셉트의 달달하고 애틋한 멜로를 그려나가던 <연모>는 이제 한기재, 정석조(배수빈) 같은 적폐이자 권력에 눈먼 기성세대와 소신대로 자신으로서의 삶을 추구하려는 이휘, 정지운, 이현(남윤수) 같은 젊은 세대들과의 대결구도로 이야기가 확장됐다. 그 대결구도는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속물적인 삶과 젊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소신의 삶의 대결이고, 권력에 눈먼 자들과 소소해도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의 대결이다.

이휘와 정지운의 사랑은 그래서 이러한 대결구도를 통해 단지 사적인 차원이 아닌 의미를 더하게 됐다. 그것은 지위를 뛰어넘고 정파를 뛰어넘으며 나아가 성별까지 뛰어넘는 사랑이 됐다.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한기재나 정석조 같은 적폐들이 내세우는 대비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 구조가 지금의 정치 현실을 자꾸만 떠올리게 한다. 내년 대선을 가를 표심이 2030 세대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대선주자들은 대놓고 청년세대들을 호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이대남(이런 호칭조차 저들의 호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을 잡기 위해 반페미니즘을 공공연히 선언하며 나서는 대선주자들의 행보를 보면 그것이 결국은 권력을 잡기 위해 이휘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전면에 내세우는 한기재를 닮았다.

그런데 과연 이휘와 정지운, 이현은 저들의 꼭두각시가 될까. 이들은 이미 저들의 검은 야욕을 알고 있고, 그것이 어떻게 국정을 농단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연모>를 보는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바이고, 이 청춘세대들이 저 적폐들을 깨치고 나가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에 투영되는 이러한 욕망들은 현실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마음이기도 하지 않을까. 저들이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청춘세대들의 반격. 그 욕망이 <연모>라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끓어오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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