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롯신’, 위기일수록 트로트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고시청률 16%까지 육박하며 트롯 예능의 번영을 지상파로 이어온 SBS <트롯신이 떴다>의 시청률이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졌다. 시청률이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라지만, 하락세의 원인이 너무나 뚜렷하단 게 문제다. 제작진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트로트 ‘선생님’들이 해외에서 트롯 공연을 펼친다는 핵심 기획을 펼칠 수 없게 되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
<트롯신이 떴다>의 두 축인 해외 촬영과 공연, 모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의 한 팬션에 모였다. 남진과 설운도의 아재 개그,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미주 순회공연 추억 등 라떼 개그 등의 수다를 떨고, 중년의 러브스토리를 나누고, 웃음 하나만큼은 보장했던 ‘K팝 듣기평가’ 등의 예능 코드를 확대했다. 신들의 만찬이라 하여 먹방도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했다. 프로그램 내 대부분 웃음의 실마리가 그렇듯, 붐을 완충지대로 두고 정용화와 선생님(설운도는 선배님이라 불리길 강력히 원한다) 사이의 세대차 콘텐츠로 웃음을 만든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쇼에 치중하면서 이른바 새로움을 발견할 명분이 사라졌다. 우선, 남진, 설운도, 김연자, 주현미, 장윤정 등 쟁쟁한 선생님급 가수들의 무대는 트롯 열풍이 불기 이전에도 있었다. <가요무대>를 즐겨찾기하는 중장년층을 제외하곤 시청자들이 많이 찾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트롯신>은 음악예능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캐릭터쇼에 치중하면서 색깔을 만들려고 한다. 베트남 촬영분 이후 국내에서 촬영한 분량에서는 노래를 감상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설운도의 가창력을 새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긴 했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노래 실력을 확인하는 것은 새로운 재미가 아니다. 한 번도 뭉친 적이 없는 선생님급 가수들이 모여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한 가지 목표를 공유해 나간다는 설정은 유지하지만 트로트의 새 매력을 보여줄 방법에는 고전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일명 방구석 콘서트 ‘투게더엣홈’(TogetherAtHome)을 트롯신 버전으로 각자의 공간에서 해보고, 전 세계 수많은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연결해 무대를 갖는 (그러나 어폐가 있는) 랜선버스킹 무대 등 고육지책을 마련했지만 트로트의 매력과 크게 연동되진 않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방송 무대와 크게 다를 바 없고, 쟁쟁한 베테랑들이 낯선 관객과 무대 앞에 놓였을 때의 긴장감, 우리 트롯이 먹힐 수 있을까라는 하는 기대 섞인 우려를 시원하게 뒤집는 무대의 감흥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MR제거라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익히 인정하고 있는 가창력을 확인하는 정도여서 결정적인 한방이 되긴 부족했다.

사실 이러한 어려움은 <트롯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예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여행 예능은 여행업계나 항공업계와 마찬가지로 직격탄을 맞았다. JTBC의 킬러콘텐츠이자, <트롯신>의 레퍼런스인 <비긴어게인> 시리즈를 비롯해 날 좋아지면 쏟아져 나오던 여행 예능은 아예 사라졌다. 그런 와중에, 슬기롭게 대처해 위기를 기회를 만든 프로그램도 있다. 트로트 열풍의 진원지인 <미스터트롯>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사랑의 콜센타>가 대표적이다. SNS보다는 훨씬 올드미디어인 전화를 통한 일대일 소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아직 신인에 가까운 출연자의 매력을 또 한 번 발산할 수 있는 기회이자,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들과도 친밀감이 한층 높아진 커뮤니티를 보는 새로운 재미 덕에 최저 20% 시청률이라는 기록을 계속해 써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트롯을 재발견하고, 스타로 굳히기에 들어가는 무대가 있다.
그런 점에서 <트롯신>은 애매하다. 그 결정적인 순간은 정용화가 씨엔블루의 ‘Can't Stop’을 건반을 치면서 어쿠스틱 버전으로 선보인 거다. 물론 노래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설현의 반응과 비슷한 피드백이 대부분이었지만, <트롯신>이 가진 현재의 난처함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트로트 프로그램인데 트로트에 매진할 수 없는 상황. 윤활유 역할을 하는 붐, 설운도, 진성의 아재 감성과 장윤정의 풍부한 리액션이 예능 차원에서 재미를 보장하지긴 하지만, 선생님들의 컨트롤 문제인지, 방향성을 그리 잡은 것인지, 위기를 트로트를 떠나서 해결하려고 한다. 트로트가 아닌 부차적인 장치로 위기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트롯 예능이 가져야 하는 필수 덕목인 ‘새로운 발견’이란 측면에서 <트롯신이 떴다>는 위기에 처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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