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캐스팅’, 캐스팅 굿! 연출 오~ 스토리 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을 이야기가 궁금해서 보는 시청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굿캐스팅>은 짐작 가능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1980년대 외화 <미녀삼총사>나 홍콩영화 <예스마담> 류를 레퍼런스 삼은 <굿캐스팅>은 여성 스파이물의 모든 클리셰들을 동원한다. 드라마 중반을 지났지만 이야기가 완결성을 향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느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굿캐스팅>은 일단 채널을 맞춰놓으면 계속 보게 되는 힘은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이 가진 몇 가지 매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익숙한 방식의 서사라서 집중 안해도 대략 흘러가는 맥락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꼭 그것만으로 <굿캐스팅>에 끌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 <굿캐스팅>의 캐스팅에 조합은 최고에 가깝다. <굿캐스팅>은 여성 국정원 요원으로 배우 최강희, 김지영, 유인영을 선택했다. 은근히 안 어울릴 듯한 이 조합의 배우들은 그 조합 때문에 이 드라마를 신선하게 만들어 준다. 또 각각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매력의 연기 역시 <굿캐스팅>을 채널고정하게 만드는 힘이다.
백찬미 역의 최강희는 <굿캐스팅>에서 여주인공 몫의 연기를 톡톡히 해낸다. 사실 MBC <7급 공무원>의 김서원 역으로 한 차례 국정원 역할을 했던 이 배우는 그간 여러 역할을 거쳐 왔다. 그렇기에 최강희는 ‘달콤살벌한 연인’처럼 로맨스와 스릴러와 추리물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소화할 줄 안다. <굿캐스팅>에서는 여기에 액션 연기까지 더했다. 물론 위험한 장면들은 대역이 있겠지만 최강희는 표정이나 움직임으로 액션 장면의 그림을 멋지게 뽑아낼 줄 안다. 여기에 백찬미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 달콤한 로맨스까지도 소화해야 한다. 또 드라마의 특성상 배우 자체가 친근한 매력도 갖춰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굿캐스팅>에서 백찬미 역에 최강희 캐스팅은 최고의 선택으로 손꼽을 만하다.

황미순 역의 김지영은 다른 방식으로 이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사실 국정원 스파이 액션물이라는 황당한 설정에 생활의 현실감이 묻어나는 건 김지영의 연기 덕이다. 배우 김지영은 체중까지 불려가며 국정원과 가정주부 역할을 오가는 황미순 역에 올인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김지영의 능청스러운 감초 연기는 별 것 아니고 은근히 유치한 코미디 장면까지 살려내는 디테일을 보여준다.
반면 임예은 역의 유인영은 <굿캐스팅>을 통해 반전매력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간 차가운 도시녀 이미지로 각인된 유인영은 <굿캐스팅>에서 수줍음 많은 전문 해커 국정원 임예은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별 것 아닌 장면들에서 이 배우의 다른 면모에 돋보여 웃음보가 터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배우들의 연기가 빼어나도 <굿캐스팅>은 그것만으로 드라마의 유니크한 칼라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세 명의 배우 못지않게 개성을 뽐내는 이 드라마를 쥐고 흔드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국정원 팀장 동관수(이종혁)는 아니고 <굿캐스팅>의 연출 최영훈 PD다. 그는 전작의 주말드라마 PD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기기묘묘하면서도 레트로한 매력이 넘치는 연출법으로 <굿캐스팅>만의 유니크한 매력을 만들어냈다.
사실 <굿캐스팅>은 1980년대 외화나 홍콩영화의 소재만이 아니라 스타일까지 차용한다. 하지만 굉장히 세련된 레트로 감성으로 볼 때마다 ‘오’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우선 드라마 전반에 흐르는 1980년대 신스팝 스타일의 배경음악부터 은근히 센스가 넘친다. 여기에 카툰으로 주인공들을 그려내거나 백찬미의 과거 옛사랑 장면을 영사기 느낌으로 담아내는 것 등의 연출기법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익숙한 기술이지만 무언가 세련되면서도 향수 어린 장면으로 재창조하는 센스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홍콩 무협영화 못지않은 현란한 액션 장면의 연출도 <굿캐스팅>의 매력이다. 최근 드라마 중에서 이토록 긴장감 넘치면서 현란한 액션 드라마가 과연 있었나 싶다.

다만 중반을 지난 <굿캐스팅>이 앞으로 승승장구할지는 의문이다. 우선 새로운 드라마들이 비슷한 시간에 새로 시작했다. 또한 장면장면의 센스는 넘치지만 기본적으로 <굿캐스팅>은 16부작으로 끌고 갈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별다른 긴장감 없이 장면을 덕지덕지 이어붙인 이야기는 흥미가 떨어진다. 더구나 사건해결 방식도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스릴러 플롯에 맛을 시청자들에게는 지나치게 유치한 감이 있다.
<굿캐스팅>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과 센스 있는 연출이 멱살을 잡고 끌고 간다. 포장지는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데 정작 알맹이인 이야기 자체는 흡인력이 없고 흠이 많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