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백종원도 시청자도 충격적이었다.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서산 해미읍성편을 기분 좋게 했던 돼지찌개집이 이렇게 달라졌을 수가. ‘서산 장금이’라고 부를 정도로 손맛이 좋아 백종원이 솔루션을 주러 가는 집이 아니라 ‘밥 먹으러 찾아가는 집’이었던 돼지찌개집이었다.

때마다 제철에 맞는 식재료를 가져와 특유의 손맛으로 요리를 해내는 서산 장금이가 내놓는 음식들은 백종원을 반색하게 만들었었다. 심지어 내놓는 반찬 하나하나가 그랬다. 게다가 장사보다는 손님들에게 좀 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내놓으려 아끼지 않는 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서산 해미읍성 골목으로 긴급점검을 간다고 했을 때 적어도 서산 장금이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 집이었다. 그 집보다는 방송 당시 워낙 주장이 강해 많이 부딪쳤던 곱창집이 변하지 않았을까 더 걱정되는 집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SNS에 올라온 후기들을 들여다본 결과 곱창집은 호평이 가득했지만, 돼지찌개집은 혹평이 쏟아졌다. 후기에 올라온 사진만 봐도 그 음식이 진정 서산 장금이가 만든 것인지가 의심될 정도였다.

SNS의 후기들이 사실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요원(?)으로 투입된 제작진은 그것이 모두 사실이라는 걸 확인했다. 돼지김치찌개는 돼지 냄새가 너무 나 요원 한 명은 아예 삼키지를 못하고 뱉어냈고, 과거 백종원이 극찬했던 어리굴젓도 입에 넣었다 뱉을 수밖에 없었다. 돼지김치찌개는 찌개라기보다는 김칫국에 가까울 정도로 밍밍하고 맵기만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사장님의 변화된 모습이었다. 늘 웃으며 손님을 응대하던 서산 장금이는 사라지고 무뚝뚝한 얼굴의 사장님만 거기 있었다. 요리도 직접 다 하지 않고 직원을 시키고 간간히 요리를 한 후에는 가게 밖에 나와 있곤 했다. 손님이 계산을 요구해도 들은 체 만 체였다. 도대체 뭐가 사장님을 이렇게 바꾼 것일까.

아직 그 이유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백종원은 그 광경을 모니터로 보며 “방송이 독이 됐다”고 말했다. 사실 그 집은 솔루션 자체가 필요한 집은 아니었다는 것. 이미 음식 솜씨 좋은 사장님이 있으니 그대로만 유지했다면 훨씬 나았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에 나가고 나서 유명해지자 손님들이 몰려왔을 테고, 그건 독이 됐을 수 있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다음 편 예고에는 여지없이 백종원이 분노를 터트리는 광경이 등장했다. 그 대상에는 서산 장금이도 들어 있었다.

결국 이번 긴급점검이 보여준 건 백종원이 늘 강조했던 것처럼 방송보다 중요한 게 초심을 지키는 것이란 점이었다. 곱창집의 경우 당시 방송에 나왔을 때는 꽤 많은 갈등들이 등장했었다. 그래서 백종원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솔루션을 제대로 받고 나아가 처음 그 곱창집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집과 ‘형제가게’로 솔루션을 나누는 훈훈한 모습까지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일 년 후, 초심을 지키고 있는 곱창집과 그렇지 않은 돼지찌개집의 풍경은 완전히 정반대가 되었다. 당시 방송에서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힐링시켜줬던 집은 초심을 잃고 무너져가고 있었고, 당시 방송에서 더러 갈등을 일으켰지만 방송 후에도 초심을 지키고 있는 곱창집은 여전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제아무리 방송의 힘이 강해도 결국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그 성패가 갈린다는 걸 이번 긴급점검은 보여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