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의 보람과 한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긴급점검

[엔터미디어=정덕현] 1년 사이에 저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2주 전부터 예고에만 등장했던 서산 장금이네 돼지찌개집을 긴급점검하는 내용이 드디어 공개됐다. 백종원이 직접 가기 전 요원(?)으로 투입된 제작진들은 SNS 후기에 올라왔던 혹평들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했다. 돼지찌개에서는 돼지 냄새가 심했고, 그래서 삼키지 못하고 뱉는 제작진도 있었다. 반찬 수는 보기에도 확 줄어 있었고 후기에 올라온 내용 중에는 맛이 없을 수 없는 비빔밥조차 맛이 없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맛보다 더 심각한 건 사장님의 손님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였다. 1년 전에는 그 누구보다 사근사근하고 손님들에게 다가가 친절히 말을 나누고 했던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손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음식을 내주고는 가게 밖에 나와 있어 다른 직원이 손님들을 응대하는 광경은 백종원과 김성주 그리고 정인선을 모두 놀라게 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든 것일까.

그렇지만 백종원이 투입되어 사장님을 질타하는 와중에도 도대체 그 이유가 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사장님은 아무 문제가 없고 전과 달라진 게 없다며 발뺌을 했고, 백종원은 고기를 뱉어내고는 결국 돼지찌개에서 냄새가 나는 걸 직접 사장님께 확인시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장님은 그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고기를 대주는 정육점의 잘못이라고 변명을 했고, 손님들의 잔반이 많이 남은 걸 지적하자 오늘만 그런 거라고 거짓말을 했다.
백종원은 더더욱 배신감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서산 해미읍성편을 찍을 때 그 집에 밥 먹으러 온다고 했던 그가 아닌가. 끝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잔반통까지 가져와 맨손으로 그걸 휘저어 보여주기까지 했다. 잔반통에는 손님들이 남긴 고기들이 가득했다.

돼지찌개집 사장님은 일주일 후 제작진과 통화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백종원에게 사죄하며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찜찜함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사유도 없이 변한 음식의 맛과 사장님의 태도. 그건 결국 방송이 나갈 때만 잘 할 것처럼 하다가도 손님이 몰리면 슬그머니 초심을 잃어버리고 ‘돈벌이’에만 매진하기도 하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가게들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었다.

물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곱창집처럼 1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고 그 맛과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집은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백종원이 이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를 이 집에서 찾았다고 했던 것처럼, 그렇게 계속 변함없이 노력해 가게가 잘되고 손님들이 만족하며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골목 상권을 살리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방송에서 위생 점검 베스트와 워스트를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또 다시 충격적인 결과들이 보여졌다. 방송에 나간 가게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진 위생점검을 통해 보여진 그 결과에서 ‘초지일관 D등급! 업체도 포기선언’이라는 문구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포방터 시장 홍탁집이었다. 메시지로 매일 같이 사진을 찍어 올렸던 홍탁집 사장에게 백종원이 일종의 ‘졸업’을 선언했던 그 시점부터 이 집의 위생점수가 바닥을 쳤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포방터 시장에서 돈가스집만큼 <골목식당>의 또 다른 모범처럼 지목됐던 홍탁집이었다. 가게에 솔루션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홍탁집 사장의 멘토링까지 해서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여줬던 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과의 고리가 끊어지자 이런 결과를 보인다는 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가진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이밖에도 솔루션을 알려주면 마치 복사기처럼 똑같이 변함없이 해서 백종원을 흐뭇하게 했고 그래서 결국에는 색다른 피자 레시피까지 알려줬던 롱피자집도 위생상태가 불량한 집으로 꼽혀 시청자들의 충격을 안겼다. 이번 긴급점검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얻은 보람과 더불어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는 걸 드러냈다. 제 아무리 방송과 백종원이 나서 도와주면 뭐하나. 초심을 잃고 그런 기회를 돈벌이로만 활용하는 사례가 나오는데. 또 방송을 보고 찾았다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은 무슨 죄인가. 기왕에 도움을 주겠다 나선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면 이런 사례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어떤 장치가 절실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관련기사
- ‘맛남의 광장’ 백종원, 이 정도니 ‘백신(神)’이라 불릴 수밖에
- 낚시로 배신감 준 ‘골목’, 초심 잃은 건 사장님들만이 아니다
- ‘골목’ 백종원 힐링 주던 서산 장금이, 왜 이렇게 변한 걸까
- “이따위 서비스를...”, ‘골목’ 백종원이 파국을 경고한 까닭
- 로망 불 지핀 ‘바달집’, 웃음에 훈훈함까지 싹 다 잡았다
- ‘백파더’ 엉망진창 생방송, 이러면 백종원도 요리 못한다
- 백종원의 선한 영향력만큼 중요한 ‘골목’ 제작진의 선의
- ‘백파더’ 두부 태워도 생방송 고집, 성장통인가 무리수인가
- ‘골목’ 백종원의 긴급점검 통해 드러난 칭찬과 쓴소리의 역설
- ‘골목’, 금방 울 것 같은 사장님에게 백종원이 희망 주길
- ‘맛남의 광장’ 백종원이 속상해한 못난이는 누가 만드는 걸까
- ‘골목’ 백종원에게 따봉 받은 덮죽집, 역대급 미담 되나
- ‘골목’ 치트키 된 포방터 김응서 사장님과 다시 회자된 그의 철학
- 유정수가 백종원처럼 뜨지 못하는 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동네멋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