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강형욱의 훈련중단, 반려견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함께 하며 불행하다면 뭐 하러 반려견을 키우는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여러모로 불편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에서 문제견으로 지목된 코비는 보더콜리종으로 그 어떤 개들보다 활동이 많은 개였다. 그러니 아파트 같은 좁은 공간에서 키우는 게 불가능하진 않아도 결코 쉽진 않은 종이다.
입양을 하기 전에 보더콜리종에 대해 나름 공부를 했다는 딸 보호자는 그러나 반려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입질을 하는 것이 어떤 반려견이든 하는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줄 알았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그런 사실은 드러났다.
하지만 더 반려견에 대해 모르는 건 엄마 보호자였다. 코비가 입질을 심각하게 하고, 현관문 앞에서 쉬를 해 신문지를 잔뜩 깔아 놓게 된 이유가 분리불안이었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엄마 보호자도 또 딸 보호자도 외출을 하면 이 활발한 활동을 원하는 코비가 그 좁은 아파트에서 버티기가 쉽진 않았을 거라는 것도.
그런데 코비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 엄마 보호자가 덜컥 같은 보더콜리종인 담비를 데려왔다는 사실은 아마도 <개는 훌륭하다> 시청자들이라면 다소 충격적이었을 게다. 보더콜리종 한 마리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은데, 또 다른 한 마리를 들인다는 건 너무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코비가 그 어린 담비에게 계속 입질을 하는 광경을 보며 “이러고 논다”고 말하는 보호자의 이야기에서 그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강형욱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입양된 담비가 코비를 보호자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보호자가 물고 괴롭히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결국 도망쳐 화장실 변기 구석으로 숨어들어가 있는 담비의 모습은 그래서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보호자에게 학대 당하는 아이 같다고 할까. 물론 보호자들에게도 사연이 있었다. 딸과 엄마 사이의 그간 소원했던 관계가 코비가 온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반려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것.
하지만 강형욱은 현실적으로 코비와 담비가 함께 지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보호자들에게 이야기했고 결국 무릎까지 꿇고 담비를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대로 함께 키우다가는 담비가 크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질 거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담비와 코비가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고 그러면 그 가정의 평화는 깨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반려견에 대한 애착은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함께 지낼 수 없는 반려견을 굳이 데리고 있는 것이 과연 사랑일까. 강형욱은 끝내 보호자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결국 훈련을 포기했다. 그 상황에서 함께 잘 지낸다는 건 환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끝내 보호자들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개는 훌륭하다>가 던진 질문은 과연 반려견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보호자들의 입장이 우선적으로 중요하지만,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는 반려견의 입장 또한 똑같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 함께 지내서 불행하다면 굳이 왜 반려를 해야 할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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