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현정의 <미쓰GO>에 불편한 시선, 문제 있다

[엔터미디어=조원희의 로스트 하이웨이] <미쓰Go>로 첫 번째 상업 장편 영화에 도전한 고현정에 대한 취재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지난 달 열렸던 영화 제작 보고회 때부터 고현정에 대한 ‘불편한’ 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로 고현정이 영화의 홍보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섞여 있는 기사들이었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드레스로 치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한다던가, 고현정이 영화 홍보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아 나머지 배우들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등의 ‘훈계 성’ 기사였다.

이런 기사가 나온 이유는 그 기사 내부에 밝혀져 있었다. 고현정이 언론 인터뷰를 하루 6시간씩 이틀의 일정만 공동 인터뷰로 했다는 것. 고현정의 대선배들도 인터뷰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데 고현정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기사를 읽은 네티즌들은 대부분 이 기사가 왜 나왔는지의 이유를 알았다. ‘단독 인터뷰를 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성 기사’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네티즌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배우도 아니고 고현정 쯤 되는 이슈 메이커를 독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친 기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첫 상업 영화 도전인데다 촬영 과정에서 여러 가지 루머들이 양산된 바 있고, 또한 그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일어날 수 있는 배우다. 하지만 어떤 배우들이든 자신이 취재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매체를 가릴 수 있는 권리 역시 보장받아야 한다. 취재원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것을 프로 정신의 결여라던가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할 순 없다. 그런데 이런 보복 기사의 문제는 고현정의 케이스가 처음이 아니다.

보복 기사는 보통 단독 인터뷰를 잡아주지 않는다거나, 인터뷰 순위를 가장 먼저 잡아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터넷 매체가 늘어나면서 최근 ‘홍보사에 불만이 있는 경우의 보복 기사’는 흔한 일이다. 그래서 영화 홍보사들은 최근 일정한 규칙을 만들었다. 출연자 단독 인터뷰의 경우, 순서를 정해 언론사들이 순환하는 구조로 가져가기로 했다. 그렇게 질서를 잡아야 매체들이 ‘자신들이 뒷선으로 물러났다’는 앙심을 품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들이 싫어하는 것은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다. 이것은 여러 매체의 기자들을 모아놓고, 한 명의 취재원에게 돌아가며 질문을 하게 하는 인터뷰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이 테이블에서 인터뷰를 한 모든 기자들의 소스가 동일하게 된다. 원천적으로 독점 보도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독점 보도’를 중시하는 언론사의 경향은 오래된 것이다. 특히 인터넷 매체들이 창궐하면서 기자들의 ‘익스클루시브’에 대한 열망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런 기회를 놓친 기자들은 대부분 ‘보복 기사’를 작성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고전적인 보복 기사는 주로 ‘정킷’이라는 속칭으로 불리는 해외 취재에서 누락됐을 경우에 많았다. ‘정킷’은 할리우드 영화의 미국 현지 시사, 혹은 제작 발표회 등을 제작사가 비용을 대서 기자들을 모시고 가는 것이다. 혹은 한국 영화의 해외 촬영 현장을 공개하면서 역시 제작사가 비용을 대 기자들을 모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배틀로얄2>가 개봉될 당시, 해당 영화의 홍보사가 어느 신생 인터넷 통신사의 영화 담당 기자를 ‘정킷’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배틀로얄2>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유치한 것은 ‘불법 다운로드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라는 기사였다. 네티즌들의 평을 인용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누가 봐도 영화 수입사에 대한 악의를 품은 것처럼 보였다. 한창 개봉하는 영화의 불법 다운로드가 가능함을 알리는 동시에 그것도 아깝다는 이야기는 악의에 가득 찬 것이었다. 물론 <배틀로얄2>의 경우는 상당히 그 작품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지긴 했지만. ‘네티즌들의 평가를 인용’하는 악의적 보복 기사는 이제 고전적인 수법이다.



어떤 좋은 영화에도 악플은 달린다. 그리고 그 악플만을 골라서 보도하면 그것이 마치 여론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최근 흥행 가도를 달렸던 한 영화는 개봉 초기 네티즌 평점이 매우 좋지 않았고 악의적인 평가 글이 줄을 이었다. 그런 현상을 재빠르게 캐치해 보도하는 언론사가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보복성 기사였다는 점이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취향을 타는 영화였던 그 작품은 결국 흥행에 성공했고 결국 만족을 표하는 관객들이 훨씬 더 많았다.

특히 영화계에서의 ‘보복 기사’가 문제되는 이유는 영화라는 상품은 생선과 같아서 쉽게 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선할 때 판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품이다. 그 신선도를 알아볼 수 있는 여러 지표 중 하나가 인터넷 뉴스들이다. 어떻게든 영화의 신선도에 흠집을 내는 기사를 악의적으로 낸다는 것은 해당 영화의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인터넷 매체들이 늘어가고, 또 단독 인터뷰를 놓친 기자들이 역시 많아지고, 그렇게 양산된 보복 기사들이 쌓여가면서 네티즌들은 점점 ‘어떤 것이 보복 기사인지’를 가릴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게 됐다. 어떻게 포장을 하더라도 ‘기사를 작성한 이유’는 그 기사 안에 담겨 있게 돼 있다. 그 의도가 순수한 보도와 평가인지, 아니면 보복인지는 어떻게든 드러나게 돼 있다.


칼럼니스트 조원희 owen_joe@entermedia.co.kr


[사진=영화 <미쓰GO>, <배틀로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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