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결국 각각의 다른 사건들이었다. 서동재(이준혁) 검사의 납치 실종사건이 다양한 추론들과 의심들을 낳았지만, 그 사건은 엉뚱하게도 이 드라마 초반에 등장했던 통영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김후정(김동휘)이 벌인 일이었다. 청소년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했던 서동재가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친한 척 하며 찍은 사진을 보다 통영 사고에서 김후정과 죽은 친구들의 사진을 떠올렸던 것. 친해 보이지만 사실은 거기에 남자들 사이의 서열 같은 게 숨겨져 있다는 걸 알아차린 서동재가 통영에서 벌어진 게 사고가 아닌 사건이었다는 의심을 했고 이에 불안감을 느낀 김후정이 서동재를 납치 감금했던 것이었다.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는 그러나 서동재의 납치 실종사건을 수사하면서 다양한 의심들을 끄집어낸 바 있다. 그것은 검경이 수사권을 두고 대결하는 상황 속에서 실종 전 서동재가 여기저기 파고 다녔던 사건들 때문이었다. 그는 검찰에 유리할 수 있는 의정부 세곡지구대 송경사 사망사건을 파고들었고, 한조그룹 이연재 회장(윤세아)에게 접근하면서 한조에 비공식적으로 일해왔던 박광수 변호사 사망 사건 역시 수사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 비밀이 파헤쳐질 것으로 두려워한 누군가가 서동재를 납치했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 역시 서동재가 수사했던 이 사건들과 연루된 이들을 의심하며 사건을 추적해나갔다. 실제로 경찰에 보내진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의 사진에서 경찰의 시계가 찍혀진 게 밝혀지고 의정부 세곡지구대의 형사들이 의심을 받게 됐다. 여기에 목격자까지 등장하면서 백팀장이 서동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목격자가 돈을 목적으로 거짓진술을 했다는 게 밝혀진 것.

그런데 여기서 경찰의 시계가 찍힌 사진을 보내온 건 누구였을까. 아직 누구인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마침 검경이 수사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경찰이 범인일 거라는 단서를 일부러 흘린 것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김후정이 한 짓일지 아니면 수사권 조정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우태하(최무성)가 한 짓일지 아니면 제 3의 인물일지 알 수는 없지만.

박광수 변호사 사망 사건 역시 서동재 납치 실종사건과 무관한 사건이라는 게 드러났다. 즉 그것은 한조그룹의 경영권 분쟁 속에서 검찰과 손을 대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이연재는 한조그룹의 경영권을 갖기 위해 경쟁자인 이성재의 한조 엔지니어링 분식 회계 사실을 검찰이 수사하게 하기 위해 강원철(박성근) 동부지검장을 포섭한다. 박광수 변호사도 그랬지만 그 뒤를 이은 오주선(김학선) 변호사도 결국 한조그룹과 검찰의 선을 대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비밀의 숲2>는 그래서 각각의 사건들이지만 서동재 사건과 연루되어 있다는 의심으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비리와 검찰의 비리를 각각 드러낸다. 세곡지구대에서는 물론 열악한 경찰들의 처우가 빌미가 됐지만 뇌물 수수 혐의가 드러났고, 박광수 사건을 통해서는 검찰과 재계의 결탁이 드러났다. 게다가 검찰과 경찰이 서로 수사권을 두고 대결하고 있는 과정에서 실제 진실보다 이 조직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비밀의 숲2>는 그래서 서동재 사건의 수사과정을 통해(그것이 결국 헛다리짚는 것들이었지만) 검찰과 경찰 내부의 문제들을 끄집어내는 독특한 스토리 구성을 그려낸다. 또한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조직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정치적인 행보들을 그 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사건의 진실만을 바라보려는 황시목과 한여진 같은 인물들의 고군분투를 통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물론 서동재의 납치범이 의외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허무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게다. 그간 그토록 많이 끄집어내진 의심들로 인해 시청자들이 정신없이 끌려 다닌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은 이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검경 조직 내부의 문제들을 위한 일종의 장치였다는 점은 이러한 이야기 구성을 공감하게 해준다. 마치 숲처럼 복잡하게 관계로 얽혀진 문제들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어느 쪽으로든 발을 딛고 나가 봐야하는 한 가지 길이 필요했을 테니 말이다. 뿌옇게 낀 안개 속에서 길을 찾으려면 어느 쪽으로든 걸어봐야 하듯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