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JTBC 수목드라마 <사생활>은 벌써 4회가 방영되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구성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는 일관된 이야기를 끌어가기보다는 이 얘기에서 저 얘기로 자꾸 넘어가며 반전에 대한 강박만을 보인다.

처음 시작은 ‘사기’였다. 이들이 다큐라고 부르는 사기로 차주은(서현)의 아버지 차현태(박성근)는 사이비 목사 연기를 하다 같이 사기를 도모했던 정복기(김효진), 김재욱(김영민)에게 뒤통수를 맞고 감방에 가게 된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 정복기를 대상으로 다큐를 하던 차주은마저 그것이 들통 나 감방에 다녀오는 이야기. 누가 봐도 이 드라마는 사기꾼들의 돈을 두고 벌이는 반전의 반전을 담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2회에서 드라마는 갑자기 차주은 앞에 나타난 이정환(고경표)과의 멜로로 이야기를 바꿔 나간다. 물론 그것 역시 어딘지 사기가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첫 회의 치고 박는 사기꾼들의 대결이 만들어내던 장르적 특성과는 너무나 다른 멜로드라마의 색깔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당혹시킨다. 그리고 여지없이 예상했던 대로의 결론을 보여준다. 사랑을 빙자한 사기극. 차주은은 사기결혼의 피해자가 된다.

사기꾼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멜로로 위치이동을 한 드라마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또 따른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3회에서는 그렇게 결혼식장에 오지 않고 사라져버린 이정환의 과거사들이 등장한다. 스파이 흥신소를 차리고 대표로 일하는 줄 알았던 이정환은 알고 보니 GK 그룹에서 김재욱과 함께 모종의 일을 하고 있었다. GK 그룹은 일종의 정치 사기로 여러 일들을 꾸며 여론을 만들고 이로써 차기 대통령까지 만들어내는 그런 조직이다. 그저 돈을 놓고 벌이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나라를 사기로 쥐고 흔드는 비선실세 조직의 이야기로 방향을 튼다.

무언가 뒤에서 벌어진 일들이 존재하고, 거기에는 이들이 다큐라고 부르는 사기들이 더해져 있다는 걸 예상할 수는 있지만 드라마는 좀체 그 사건의 진위나 실마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자살로 결론 난 최회장 사건이 사실은 누군가(아마도 GK그룹이 연루된)에 의한 살인이라는 걸 알고 그 사건을 추적하던 이정환이 사고로 추락한 차안에서 타버린 사체로 발견되고, 차주은은 그 사실에 힘겨워한다. 또 최회장 사건의 목격자로 GK그룹이 제거하려 했으나 살아남은 정윤경이 사실은 정복기라는 사실도 드러난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어떤 사건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여기에 4회 말미에는 죽은 줄 알았던 이정환이 머리에 헬멧을 쓰고 나타나 차주은을 돕는 장면이 등장한다. 물론 애초 이정환이 사고사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시청자들은 이미 그게 또 하나의 트릭이라는 걸 눈치 챘을 게다. 드라마가 계속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며 어떤 흐름을 예상하면 이를 배반해왔던 것처럼.

‘사기’라는 소재를 담고 있고, 마치 케이퍼 무비 같은 속고 속이는 사건들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반전을 추구하는 건 그리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매 회 새로운 장르를 보는 것만 같은 빠른 변화와 더불어 사건의 단서나 실마리를 주지 않고 이리 저리 시청자들을 끌고 다니는 이야기 전개는 궁금증을 유발하기보다는 산만하게 느껴진다. 4회가 지나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건 너무 불친절한 전개가 아닐까.

반전이 효과를 주려면 보다 확실한 믿음을 주는 이야기 전개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생활>은 어떤 이야기가 믿음을 주기도 전에 새로운 이야기로의 반전으로 넘어간다. 몰입이 생기기 어렵다. 혹자들은 연기 때문에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문제는 연기보다 더 심각한 게 대본의 산만함이다. 이런 산만한 전개 속에서는 연기 신이 온다고 해도 몰입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분명히 내놓는 게 우선이다. 반전에만 집착하다가 시청자들이 다 이탈해버리기 전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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