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의 부진, 소소하려면 차라리 편수를 줄이는 편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최근 JTBC 드라마들은 위기상황이다. 일주일 간 편성된 드라마 세 편이 생각만큼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완성도도 높고 재미와 의미도 갖고 있다 여겨지는 <18어게인>은 아쉽게도 시청률이 2%(닐슨 코리아)까지 떨어졌다. 18년 전으로 몸이 되돌아간 홍대영(윤상현)이 고우영(이도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코믹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소소한 시청률과 화제성에 머물고 있는 건 18년 전으로 돌아간다는 판타지 설정에도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멜로와 가족드라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물론 가족을 다시 돌아본다는 그 주제의식은 충분히 의미있고 재미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애써 찾아볼 만큼의 유인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지훈 역할의 위하준 같은 배우나 여전히 멜로가 어울리는 김하늘과 윤상현이 캐스팅되어 있지만, 이야기는 신인이라 할 수 있는 이도현, 노정의, 최보민, 황인엽 같은 배우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물론 이들의 연기는 발견이라 할 정도로 주목되지만)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약한 면이 있다.

<18어게인>이야 작품성이나 완성도라도 담보되어 있지만 수목드라마 <사생활>은 시작부터 이야기가 삐걱거렸다. 사기꾼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갑자기 차주은(서현)과 이정환(고경표)의 멜로로 흘러가면서 장르의 퓨전이 꼬여버렸다. 멜로인지 아니면 속고 속이는 스릴러인지 알 수 없는 드라마의 행보에 연기자들의 연기는 몰입을 주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2%에서 시작했던 드라마는 결국 1%대로 추락했고 화제성은 거의 없는 드라마가 되었다.

금토드라마 <경우의 수>는 아예 존재감이 없는 드라마다. 옹성우와 신예은이라는 신인들의 청춘 멜로는 귀엽긴 하지만, 애초부터 대단한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끌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JTBC 금토드라마가 그간 세워놓았던 그 편성시간대의 드라마들의 색깔과 비교해보면 사실상 <경우의 수>는 쉬어가는 느낌이 강하다. 이 시간대 방영됐던 <밀회>, <SKY캐슬>, <품위 있는 그녀>는 물론이고 최근 화제가 됐던 <부부의 세계>를 떠올려보면 <경우의 수>라는 작품의 편성은 너무나 생뚱맞은 느낌을 준다.

2월에 방영됐던 <검사내전>이나 3월에 방영된 <이태원 클라쓰> 4월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5<부부의 세계> 그리고 8<모범형사>까지 괜찮은 드라마들을 선보였지만 JTBC는 최근 <우리, 사랑했을까>, <우아한 친구들>을 비롯해 <18어게인>, <사생활>, <경우의 수>까지 연타석 삼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드라마의 기획이나 제작능력이 갑자기 떨어졌다 말할 수는 없다. 올초만 해도 충분히 좋은 작품들을 쏟아냈던 JTBC 드라마니 말이다. 그것보다는 투자가 대폭 줄어든 느낌이다. 작품도 그렇지만 캐스팅을 보면 확실히 최근 JTBC 드라마들은 확실한 한방이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방송사들은 광고가 예전만큼 이뤄지지 않음으로 해서 전반적인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투자규모가 많으면서 동시에 리스크도 큰 드라마 제작에 예전만큼 투자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JTBC도 그런 상황이라면, 편성시간대를 그저 채우기보다는 편수를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아예 비어 있는 편이 무존재감으로 채워져 있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자칫 그간 쌓아놓은 JTBC 드라마의 분명한 색깔과 성취들마저 흔들어 놓기 전에.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몰입도 높은 편집과 구성으로 한 번 보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드라마 ‘18어게인’의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감동적인 서사에 비해 저평가 돼 있다는 ‘18어게인’의 헐크지수는 몇 대 몇일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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