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김민재의 한숨, 박은빈의 눈빛 연기를 좋아하세요?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숨 쉬는 것 같은 드라마다. 물론 러닝머신 위를 달릴 때처럼 뻘뻘 땀 흘리며 내쉬는 숨이 아니다. 아주 내밀하고 섬세한 숨. 연주자가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기 전에 내뱉는 긴장 섞인 아주 잠깐의 숨. 혹은 사랑에 익숙하지 못한, 사랑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 상대방을 바라보며 안타깝게 내뱉는 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이처럼 섬세하고 애틋한 공기가 모여 드라마의 이야기를 만들고 조금씩 움직여간다.

그 느린 움직임 때문에 <브람스>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드라마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애청자들은 박준영(김민재)과 채송아(박은빈)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 느릿하면서도 떨리는 공기 때문에 차마 이 드라마를 놓지 못한다. 더구나 그들이 가까워지려고 하면 할수록 왜 이렇게 주변에서는 그들을 뒤흔드는지……

이처럼 <브람스>는 빠르고 정신없고 잔인하고 판타스틱한 21세기 드라마들 사이에서 오히려 느림의 미학 때문에 돋보인 부분이 있었다. 물론 드라마 초반부 식당 앞에서 박준영과 채송아가 어색하게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이 드라마의 더디고 더딘 애정 전선이 이어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브람스>20대 남녀 주연배우 김민재와 박은빈의 연기다. 그들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마니아들을 잡아두기 힘들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특별히 강렬한 사건이 없고 도돌이표로 반복되는 에피소드 안에서 결국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 건 배우들의 호흡이었다.

사실 김민재와 박은빈은 대중들에게 낯선 배우는 아니다. 오히려 언제나 드라마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배우들이었다. 아역 출신의 박은빈은 JTBC <청춘시대>의 송지원을 통해 본인만의 밝고 건강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 캐릭터를 기반으로 그녀는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고 SBS <스토브리그> 이세영 드림즈 운영팀장을 통해 한층 더 힘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김민재 역시 대중들에게는 익숙한 배우다. 여러 드라마에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했으며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간호사로 등장해 안정감 있는 조연 연기에 로맨스 서사까지 쌓기도 했다.

단 김민재와 박은빈이 그 또래의 배우와 다른 점이라면 반짝이는 스타성보다 안정적인 연기로 드라마의 한 축을 충실히 담당해 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브람스>의 느린 호흡에는 반짝이는 스타성으로 살리기 힘든 미묘한 부분이 있다. 대사와 대사 사이, 장면 안의 떠도는 느린 공기 속에서 빛나야 하는 것은 오직 배우의 감정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역배우 출신의 박은빈과 수많은 조연을 거친 김민재, 두 배우의 안정적인 연기는 <브람스>에서 굉장히 탁월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브람스>의 두 남녀는 사실 드라마가 아닌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볼 법한 로맨스의 감성을 연기해야 한다. 자칫 과장된 연기를 보여주면 <브람스>가 그려내는 아직 연애의 도 잘 모르는 현실남녀의 분위기가 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흔히 아이돌 출신으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들이 보여주는 기초적인 생활 감성 연기 수준으로 두 캐릭터를 연기했어도 문제가 됐을 것이다. <브람스>는 느린 단조의 드라마여서 흡인력 없이 감성만 드러내는 연기는 그대로 묻혀 버리기 때문이다.

드라마 연기의 특성을 익히 아는 김민재와 박은빈은 이 미묘한 지점을 정확하게 연기해냈다. 그들은 현실남녀들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설레고, 고백하는 순간들의 감정을 호흡과 눈빛, 손짓으로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일상적인 대사들을 연주하는 방법을 안다. 김민재가 지닌 저음의 나긋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는 로맨스의 감정들을 연주하기 좋은 악기다. 김민재는 피아니스트이자 조심스럽게 사랑에 빠져드는 남자 박준영을 연주하기 위해 이 악기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안다.

또한 연기공력이 대단한 박은빈은 대사가 없는 사이에 어떤 눈빛과 움직임으로 감정의 애틋함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아는 노련한 배우다. 그렇기에 종종 채송아가 답답하게 보이는 순간이 와도 캐릭터가 지닌 감정의 여운이 짙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누군가와 쉽사리 사랑에 빠지는 것도 지치는 시대.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브람스>에서 이 두 배우의 연기를 통해 설레고, 아프고, 다정하다가, 또 한숨짓고, 행복해지는 일상 로맨스의 참맛을 대신 느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브람스>의 준영과 송아의 사랑은 올 가을 가장 성공적인 로맨스라고 부를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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