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처럼 김민재도 ‘유세풍’으로 시청자들을 위로해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과 tvN 월화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의 김민재는 절묘한 평행이론이 있다. 두 사람이 함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연인으로 출연해 ‘준쏭커플’로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지지와 응원을 받았던 사실이 그 첫 번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박은빈은 전작이었던 <스토브리그>의 씩씩했던 이세영과는 사뭇 다른 순수하고 가녀린 인물 연기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고, 김민재 역시 원톱 남자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을 확고히 보여줬다. 두 사람 모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성장하는 기회가 됐던 것.

이들이 각각 출연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도 유사한 지점들이 존재한다. 즉 두 작품 모두 제목에 이름을 적시 놓은 것처럼 특정 인물들을 중심으로 세워놓은 드라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가,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그를 질시하는 자들의 음모에 휘말려 아버지는 죽고 자신은 쫓겨난 처지가 된 의원 유세풍이 중심인 드라마다. 이들이 저마다 가진 상처들을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두 드라마의 서사구조다.
또한 우영우와 유세풍이라는 인물이 둘 다 ‘장애요소를 가진 천재’라는 점도 유사한 지점이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장애를 가졌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변호사로서 맹활약하는 인물이고, 유세풍은 문과는 물론이고 의과까지 섭렵한 천재의원이지만 음모에 휘말려 큰 상처를 겪고는 침을 놓지 못하는 장애를 갖게 된 인물이다. 결국 이 두 천재적인 인물들은 자신이 가진 장애를 뛰어넘어 자기 영역(변호사, 의원)에서 성장을 이루는 인물들인 셈이다.

이들 옆에는 그 힘겨운 상황을 든든히 챙겨주는 일터의 조력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유사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영우를 받아준 로펌 한바다의 한선영(백지원) 대표는 물론이고 그의 상사 정명석(강기영)과 ‘봄날의 햇살’처럼 챙겨주는 동료 최수연(하윤경)이 있다면,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방황하는 유세풍을 받아준 계수의원의 돈 밝히는 괴짜의원 계지한(김상경)과 과부가 되어 자결을 하려다 유세풍의 도움으로 계수의원 심의가 되는 서은우(김향기) 그리고 쌀쌀맞아 보이지만 늘 유세풍 옆을 지켜주는 ‘가을날의 햇살’ 같은 만복(안창환)이 있다.
물론 이런 두 작품의 평행이론은 인물의 성장서사를 담는 두 작품의 공통적인 구성요소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작품의 또 다른 평행이론은 둘 다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한 작품은 법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다른 한 작품은 의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며 그 시대적 배경도 현대와 조선으로 갈리지만, 두 작품은 모두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위로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이 지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만큼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박은빈과 김민재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했던 시청자들이라면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생기는 건 인지상정일 게다. 과연 이 작품은 그 성공까지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의 평행이론을 그려낼 수 있을까. 쉽진 않을 게다. 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만큼의 위로를 건네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NA, S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