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8’ 매너리즘 논란을 개인기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돌고 도는 계절처럼 <신서유기> 8번째 시즌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딱 지난해 이맘때 시즌7을 시작했으니 수사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비시즌에도 쉴 틈 없이 tvN과 나영석 사단 실험의 첨병 역할을 하는 외전들이 게릴라 편성되고 있고, 그중 본편보다 시청률이 높고 스토리라인이 강한 <강식당>은 시즌3까지 나오며 또 하나의 시리즈가 됐다. 정통 리얼버라이어티를 추구하는 만큼 정서적 예능 콘텐츠로 왕국을 건설한 나영석 사단의 가장 이질적인 포맷이면서 온갖 파생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만들 정도로 가장 거대한 유니버스의 새 역사가 시작된 셈이다.

웃음 일변도 예능에 갈증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는 열렬한 지지를 받는 <신서유기> 시리즈지만 지난 시즌부터 본격화된 캐릭터쇼의 정체를 어떻게 타파했을지 궁금했다. 고착화된 캐릭터쇼에 파열구를 내며 시즌6을 띄운 안재현은 개인적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다른 인적 구성엔 별 변화가 없다. 새로운 게임으로 돌아왔음을 내세우지만 리얼버라이어티 자체가 올드스쿨이다. 어느 순간부터 반복되는 누가 어떻게 할지 뻔한 멤버들의 이전투구, 웃음의 빈자리를 메우는 높아진 분장의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청률은 4~5%대니 절대적 수치는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캐릭터쇼의 기틀을 만든 초기 시즌이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시즌6의 잘 된 시청률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떨어졌다(트로트 열풍에 밀린 탓이 크다).

<신서유기>는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 등 <12> 원년멤버들의 개인기를 바탕으로 맥락 없는 논리와 망가짐을 추구하는 분장쇼, 멤버들 간의 투닥임은 시리즈의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다. 그 사이 사이 새로운 멤버들이 더해져 의외성을 만들고 캐릭터의 관계망을 형성해 좌충우돌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게임도, 기상 복불복 형식도, 캐릭터간의 갈등 양상도 벌써 몇 시즌 째 이어지는 예상 가능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신서유기>의 특장점인 캐릭터쇼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 에너지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희망은 역시나 올드보이에게 있었다.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 JTBC <아는 형님>에서도 콤비로 활약 중인 강호동과 이수근이 다시 앞장서서 이끈다. 캐릭터의 관계, 캐릭터의 성향 자체가 크게 변한 것도 아니면서 그간 있었던 매너리즘 논란을 개인기로 극복하는 놀라운 일이다. 신선함으로 새로운 시청자 유인까지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이른바 떠나간 집토끼들을 불러 모으고,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다시금 하게 만들기는 충분해 보인다.

지난주 펼쳐진 새 게임 훈민정음 윷놀이 한판은 결정적 장면이다. 윷놀이를 하는데 게임 중간 외래어를 쓰면 달리던 말이 리셋되는 룰을 덧입힌 윷놀이로, 게임 기반 리얼버라이어티의 정수를 보여줬다. 너무나 익숙한데다 성공 확률은 극히 낮아 보인 기상미션도 싱겁게 끝나고, 역시나 분장을 한 다음 행한 흔한윷놀이를 왜 이리 길게 하나 싶었는데 시나리오를 쓰려고 해도 쓸 수 없는 명승부 드라마를, 강호동이 좋아하는 명언을 쏟아낼 만한 결과를 멤버들이, 특히 이 올드보이 듀오가 전면에 나서서 만들어냈다.

샌드백 롤을 충실히 해낸 강호동의 수육’ ‘안 절거워등 특유의 사투리가 섞인 멘트들도 찰 졌지만, 압권은 지난 시즌부터 웃음을 도맡고 있는 이수근의 재치와 활약이다. 최근 이수근은 원맨 예능인 <나홀로 이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장수 프로그램으로 굳어가는 <아는 형님>은 물론, 올 여름 새롭게 합류한 <도시어부2>까지 자신의 영향으로 바꿔놓을 만큼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에서도 출연자 중 유일하게 간간히 안타를 쳤던 그는 리액션이 풍부해지고 멤버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전략, , 재치 모든 면에서 대단한 활약으로 윷놀이 판을 뒤흔들고 웃음을 만들어내며 <신서유기>팬들을 모처럼 즐겁게 했다.

이 둘의 여전한 활약상을 보면서 <신서유기> 시리즈에 유독 깊어 보이는 제작진의 애정, 다양한 실험의 발판으로 삼는 이유, 출연자와 돈독한 신뢰를 쌓은 배경이 조금이나마 짐작해본다. 관찰예능 대세, 트롯 예능 대세에 반감을 갖는 일부 시청자들도 있지만, 리얼버라이어티가 쇠망한 것은 성장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쇼의 지속가능성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서유기>는 그간 시즌제를 적극 활용해 이 한계를 어느 정도 유예해왔지만 지난 시즌은 비판의 정점이었다. 그런 까닭에 강호동, 이수근의 든든한 활약은 돌아온 <신서유기> 시리즈만큼이나 반갑게 다가온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