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어째서 호감 일색은 호불호로 나뉘게 되었을까
좋은 기획의 ‘스타트업’, 지도 없는 항해가 아쉬운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시작은 호감 일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은 지금의 청춘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가라는 메시지를 스타트업이라는 소재를 통해 담고 있었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마음껏 도전해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샌드박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드라마 속 캐릭터와 스토리를 통해 잘 담아냈다. 게다가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창업 과정의 이야기에 힘을 더해주는 달달한 멜로까지 있어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드라마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호감 일색은 호불호로 나뉘게 되었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이 된 건 남도산(남주혁)과 한지평(김선호)이 서달미(배수지)를 두고 벌이게 되는 삼각 멜로가 본격화되면서다. 어려서 서달미가 힘겨울 때 편지를 써줘 큰 용기와 위로를 줬던 장본인은 한지평이었지만, 그가 우연히 빌려쓴 이름 때문에 졸지에 그 편지를 쓴 사람처럼 위장되어(?) 서달미 앞에 서게 되고 점점 그를 사랑하게 된 남도산이었다.

이 다소 엉켜버린 멜로의 틀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양분시켰다. 남도산을 응원하는 쪽과 한지평을 응원하는 쪽이 나뉘었다. 드라마는 코딩에는 천재지만 사랑도 또 일도 너무나 서툰 남도산과, 이미 성공한 인물로서 한 발 떨어져 서달미를 바라보는 한지평을 대결구도로 세웠지만 이들의 멜로 대결이 너무 깊어지면서 드라마는 본래의 궤도를 잃어버렸다. 어째서 이런 결과로 흘러가게 된 걸까.

이렇게 된 건 애초 신선한 소재와 기획에도 불구하고 전개 과정에서 너무나 익숙한 틀에 박힌 설정들을 활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스타트업>은 그 스타일이나 톤 그리고 소재도 굉장히 세련되어 있었다. 게다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눈길어플이 탄생하는 과정이나, 자율주행차량 도전 같은 소재도 참신했다. 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한다고 했던가. 아쉽게도 드라마가 이런 참신한 소재들을 다루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새롭다고 보긴 어려웠다.

어려서 맺은 인연이 나중에 다시 이어지는 멜로의 틀이나,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삼각관계, 스타트업 창업 과정에서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도식적인 대결구도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에 매 회 부제로 붙은 스타트업 관련 용어들과 스토리는 은유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주었지만, 뒤로 갈수록 그 연결고리는 희미해졌다. 그리고 어느 부분부터는 본래 하려던 이야기보다 서달미, 남도산, 한지평의 삼각멜로가 한 회 분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버렸다.

물론 새로운 스토리 전개 방식이나 틀을 찾아내거나 개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소재를 가져와 어디선가 본 듯한 틀에 집어넣는 건 너무나 아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어째서 <스타트업>은 드라마가 얘기하고 있는 지도 없는 항해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 니 얘기 들었을 때 엄청 설렜어. 뭐 작정하고 헤매보지 뭐. 지도 없는 항해.” 서달미가 했던 그 말처럼.

근데 난 그 항해가 꽤 근사했어요. 실패했지만 후회는 안 해. 그 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알아요. 상무님 말대로 지도 없이 떠나면 죽을 수도 있죠. 근데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길을 만들죠.” 서달미 앞에서 한지평에게 남도산이 하는 그 말은 어쩌면 드라마를 쓰는 많은 작가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스타트업>은 꽤 괜찮은 기획이었지만 그 전개에 있어서 지도 없는 항해가 아쉬운 드라마였다.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박혜련 작가의 돋보이는 주제의식에 더해 비현실적인 인간미 배수지과 어리바리한 천재 남주혁 그리고 투명하고 순수한 김선호의 호연이 잘 어우러진 드라마 ‘스타트업’에 대해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스타트업’의 헐크지수는 몇 대 몇일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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