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청춘 성장 서사에 멜로가 빠질 순 없겠지만

[엔터미디어=정덕현] 청춘드라마 하면 멜로가 떠오르는 건 자연스럽다. 청춘기를 다루는 드라마는 개인의 성장기를 담기 마련이고 거기에는 일(혹은 꿈)과 더불어 사랑 또한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멜로는 청춘드라마가 가진 치열한 메시지를 강화해주고 특유의 달달함으로 몰입감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너무 멜로에만 과몰입하게 만들어 본래 하려는 이야기와 엇박자를 만들기도 한다.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린 드라마로 소개돼 있다. 실제로 드라마는 비정규직을 박차고 나와 꿈을 향해 달라가는 서달미(배수지), 코딩 능력이 뛰어나 일찍이 삼산텍이라는 회사를 꾸렸지만 사업 능력이 없어 빛을 못보다 서달미를 만나 성장하는 남도산(남주혁), 동생 서달미와는 달리 이혼한 부모 중 엄마를 선택하고 그 엄마가 원두정(엄효섭) 모닝그룹 회장과 재혼하면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친아들에게 대표자리를 물려주려는 양부의 속셈을 알고는 홀로서기에 나선 원인재(강한나)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또한 이들 청춘들이 마음껏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샌드박스(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수 있게 깔아주는 모래)’가 필요하다는 걸, 서달미의 할머니 최원덕(김해숙), 샌드박스라는 기업을 차려 젊은 스타트업 도전자들을 돕는 윤선학(서이숙) 대표, 최원덕의 도움으로 성공해 윤선학 밑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한지평(김선호) 같은 인물들을 통해 제시한다. 즉 꿈에 도전하는 청춘들과 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든든한 현실을 만들어주는 어른들의 공조가 <스타트업>이 담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에는 서달미와 남도산 그리고 한지평 사이에 벌어지는 삼각멜로 또한 본격화적으로 더해지고 있다. 어려서 부모가 이혼하고 심지어 아버지까지 사고로 사망하게 되면서 실의에 빠진 서달미에게 꿈을 주고자 최원덕의 부탁으로 편지를 써준 한지평. 그는 당시 수학올림피아드에서 1등을 한 남도산을 신문기사에서 보고는 무작정 그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낸다. 서달미가 그 편지를 통해 꿈을 잃지 않는다는 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만, 여기서부터 피어난 사랑의 감정은 시작부터 엇나간 삼각멜로의 파국을 예고한다.

 

한지평이 서달미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애써 남도산을 찾아내고 이들의 공조(?)가 만들어낸 엇나간 사랑은 결국 서달미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달미와 남도산의 사랑은 물론이고 그들의 스타트업에도 위기를 불러온다. 게다가 사실이 밝혀지자 한지평은 숨겨뒀던 자신의 서달미에 대한 마음을 고백한다. 본격 삼각 멜로의 틀이 등장한 것.

앞서도 말했듯 청춘드라마에서 그들의 성장기에 빠질 수 없는 게 멜로지만, 삼각멜로 속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하면 본래 하려던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가 희미해진다. 좀 더 생생한 스타트업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들(투자과정이나 사업 도중 겪는 어려움 등등)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드라마 초반에 있던 적당한 멜로가 주던 부가적인 달달함에서 한 회 분량을 거의 채우다시피 하는 멜로이야기에 아쉬움을 갖는다.

스타트업이란 소재에 걸맞는 무언가 색다른 이야기를 기대했다가 다소 뻔한 삼각 멜로의 틀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물론 이 멜로 역시 자신감이 없어 거짓을 꾸미던 남도산이 이제 진실을 마주하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달미와 다시금 스타트라인에 선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거짓으로 시작한 멜로라는 다소 틀에 박힌 장치를 사용하고 그 결과로서 삼각멜로를 활용하는 건 어딘지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멜로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본래 하려는 내용인 스타트업 관련 소재들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지 못하고 멜로가 너무 많은 비중으로 들어오게 되면 균형이 깨지게 된다. 또한 멜로를 다룰 때 어딘가 많이 봐왔던 구도나 패턴을 활용하는 것 역시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다. 멜로는 그래서 사실 가장 쉬워보여도 가장 어려운 선택이다. 잘 운용하면 득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독이 되는.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박혜련 작가의 돋보이는 주제의식에 더해 비현실적인 인간미 배수지과 어리바리한 천재 남주혁 그리고 투명하고 순수한 김선호의 호연이 잘 어우러진 드라마 ‘스타트업’에 대해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스타트업’의 헐크지수는 몇 대 몇일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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