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구미호뎐’의 엄효섭과 ‘써치’의 유성주
요즘 악역은 청춘들의 발목을 잡는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요즘 악역은 청춘들의 발목을 잡는다? 최근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받는 악역을 꼽으라면 엄효섭과 유성주가 아닐까. 이 연기파 배우들이 보여주는 독보적인 악역의 아우라는 드라마가 쫀쫀한 극성을 갖게 해주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악역의 특징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려는 청춘들의 걸림돌이 되는 어른들이라는 점이다. <스타트업>에서의 원두정 역할을 하는 엄효섭이 그렇고, 최근 종영한 <써치>에서 가짜 영웅 행세를 하는 이혁 역할의 유성주가 그렇다.

엄효섭은 물론 KBS <도도솔솔라라솔> 같은 작품에서는 딸을 위해 헌신하고 지지해주는 자애로운 아빠 역할을 했지만, 아마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역할은 <구미호뎐><스타트업>에서의 악역이 아닐까 싶다. <구미호뎐>에서는 구미호 이연(이동욱)과 대결하는 이무기(이태리)를 수백 년 간 수명을 늘려가며 보필하는 사장 역할이고, <스타트업>에서는 모닝그룹 회장으로 재혼한 차아현(송선미)의 두 딸인 서달미(배수지)와 원인재(강한나)를 돈과 권력으로 갑질하는 원두정이란 역이다.

엄효섭의 악역이 빛을 발하는 건 한없이 자애로운 웃음과 어딘지 악의적인 웃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는 점에서 나온다. 차분하게 하는 말도 그래서 그 표정에 따라 너무나 다른 뉘앙스로 다가온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진짜 모습 사이의 괴리는 뻔뻔한 악역의 효과를 만들어내고, 그래서 마음 놓고 있게 하다가 뒤통수를 친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원두정이란 인물은 겉으로는 스타트업을 하는 청춘들을 돕는 사람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투자할 것처럼 불러다 하청 아르바이트나 시키려는 그런 갑질 회장이다. 돈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 여기는 그 캐릭터는 보기만 해도 시청자들의 울화통이 터진다.

한편 최근 악역으로 주목되는 유성주는 OCN 밀리터리 스릴러 <써치>에서 이혁이라는 국방위원장이자 차기 대권을 노리는 국회의원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7년에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을 자신이 일으켰지만 거짓을 영웅 행세를 하며 정치인이 된 그는 결국 아들 이준성(이현욱)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비극을 맞는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군인이 된 이준성이 이혁의 실체를 알고 그 진실을 언론에 알리고, 끝까지 폭주하는 아버지를 막기 위해 대신 총을 맞는 그 과정은, 자식(청춘)의 앞길을 막는 부모(기성세대)의 모습으로, 과거 JTBC <스카이캐슬>에서 그가 연기한 박수창이라는 인물에서도 보이던 모습이다. 엇나간 아들에 대한 집착으로 가족의 비극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그였다.

공교롭게도 엄효섭과 유성주가 최근 맡은 드라마 속 악역들은 잘못된 기성세대의 모습으로 등장해 청춘들(자식들)의 앞길을 막는 인물들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있는가에 대한 부지불식간의 생각들이 투영되어 있다고 보인다. 그들에 의해 힘겨워하는 청춘들의 모습들 또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OCN, JTBC]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