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뎐’, 김범의 희생으로 해피엔딩... 남은 아쉬움들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이 종영했다. 이무기(이태리)와 함께 삼도천으로 뛰어든 이연(이동욱)은 자신을 희생해 남지아(조보아)를 살렸고 또 역병에 죽어가던 사람들을 살렸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환생조차 할 수 없는 삼도천으로 뛰어든 이연을 살려달라는 남지아의 애원과 더불어 삼도천 문지기인 탈의파(김정난)가 오빠 염라대왕에게 간청하면서 이연은 부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민속촌에서 만났던 점쟁이가 자신이 내세를 결정하는 오도전륜대왕이라며 이연의 부활을 위해서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놔야 한다고 제안했고, 결국 이랑(김범)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 이로써 다시 부활한 이연은 남지아를 만나 해피엔딩을 맞았다.

해피엔딩이긴 했지만 남는 아쉬움은 크다. 마치 신이 내려와 모든 걸 되돌린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작위적 설정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삼도천에 몸을 던지면 환생조차 할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으로 드라마는 끝을 몰고 갔고, 심지어 탈의파는 이무기의 계략에 말려 석상이 되어버렸지만 어찌된 일인지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온 탈의파에 대해 드라마는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다만 이무기가 삼도천에서 사라졌으니 탈의파가 본 모습으로 돌아왔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을 뿐.

또한 갑자기 점쟁이가 오도전륜대왕이라며 이연을 되살리는 대목도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다시 이연이 남지아 앞에 나타나고, 그래서 두 사람이 결혼해 해피엔딩을 맞는 이야기는 이를 위해 희생한 이랑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구미호뎐>은 과거 <전설의 고향>의 상징이 될 정도로 오랜 시간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아온 구미호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기대를 자아내게 만든 작품이었다. 특히 남자 구미호를 그린다는 점이나, 그 역할을 다름 아닌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서 저승사자 역할을 했던 이동욱이 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 또한 구미호를 비롯해 이무기, 우렁각시, 두억시니 같은 우리네 전설이나 설화 속 판타지적 존재들을 현재에 되살려 냈다는 지점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하지만 <구미호뎐>이 가진 가장 큰 허점은 이런 다채로운 소재들을 가져오긴 했지만 어떤 이야기로 꿰어낼 것인가에 있어서 갈팡질팡했다는 점이다. 공포와 멜로를 오가는 장르적 퓨전은 만일 하려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어졌다면 오히려 독특한 세계관으로 느껴졌을 테지만, 갈팡질팡하는 사이 산만해졌다.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공포의 순간에도 이연과 남지아가 달달한 멜로의 풍경을 보여주는 건 거기에 나름의 주제의식이나 메시지 혹은 은유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면 용인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드라마는 일관성과 통일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결국 <구미호뎐>이 하려는 이야기는 뭐였을까. 메시지가 주인공의 욕망에 담겨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인간과는 어우러질 수 없는 다른 존재(구미호로 표상된 동물 같은)가 한 인간을 사랑하고 그래서 인간이 되려 했다는 데서 그 메시지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질적 존재들이 그 경계를 넘어 사랑하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흐름을 보여줬다면 <구미호뎐>은 좀 더 명쾌하고 은유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동물을 포함한 다른 존재들과의 공존이라는 의미는 우리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 같은 시국에도 남다른 의미를 줬을 테니 말이다.

구미호나 우리네 전설, 민담 속의 초월적 존재들을 현대에 부활시키려 했다는 그 시도만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현재적 의미를 더해 일관되게 재해석해내는 지점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남자 구미호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고전설화에 나오는 캐릭터 재해석이 돋보이는 드라마 ‘구미호뎐’의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이동욱이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에 대한 설득력이 약점으로 지적되는 ‘구미호뎐’의 헐크지수는 몇 대 몇일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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