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복불복 아닌 1주년 프로젝트가 보여준 가능성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예능 <12> 시즌41주년을 맞이해 마련한 특집은 출연자들이 직접 참여해 대한민국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특별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별편의 배경장소로서 경주와 인천을 두고 어떤 장소를 선정할 것인가에 대해 나눠진 팀이 각각 현지를 답사하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장소와 콘셉트를 담은 자료를 만들어 프레젠테이션 대결을 벌이는 것.

최종장소 결정은 외국인 심사위원 100여명이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본 후 이어진 온라인 투표로 이뤄졌고, 방송에는 특별심사위원으로 핀란드 출신 빌푸와 영국 출신 제임스 그리고 프랑스 출신 엘로디가 나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심사평(?)을 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출연자들이 마련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 경주와 인천이라는 장소가 새로운 느낌으로 전달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색다른 느낌은 그 프레젠테이션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경주와 인천이지만 외국인들의 관점으로 그 장소의 매력을 떠올려보니 그 공간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던 것. 특히 결국 촬영장소로 결정된 인천은 이들의 소개를 통해 특별한 공간으로 떠올랐다.

즉 천년 고도로서 경주가 익숙하게 한국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면, 인천은 상대적으로 공항의 기착지 정도로 생각되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을 소개한 딘딘, 김종민, 김선호는 인천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그 여행의 시작점이자 끝이라는 걸 강조했고, 그 곳에도 우리의 많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곳들이 있다는 걸 소개함으로서 오래 머물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쉽게 한국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소개했다.

이번 <12> 1주년 특집은 팀 대결로 이뤄진 프로젝트이긴 했지만, 그간의 방송들이 해온 복불복 여행이라는 틀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식사나 잠자리를 두고 끝없이 비슷한 게임을 하는 방식은 게임예능처럼 별 생각 없이 몰입해 보기엔 편하지만, 그것이 <12>처럼 국내 여행을 취지로 하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다. 물론 출연자들의 매력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케미의 재미는 있지만, 항상 2% 부족하게 느껴지게 된 건, 조금 색다른 시선이나 관점이 들어간 여행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1주년 프로젝트는 단순 복불복 게임이 더해진 여행이 아니라, 한국 홍보영상이라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고 그 위에서 출연자들이 그걸 수행해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주와 인천 같은 공간을 외국인을 염두에 둔 관점으로 소개했다는 점에서 <12>의 진정한 본색을 드러낸 면이 있다고 보인다.

물론 재미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단순 복불복 게임이 주는 말초적 재미보다, 프로젝트를 수행해가면서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재미요소들(춤 영상이나 프레젠테이션 같은)이 더해지고,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범 내려온다가 흥을 돋으며, 마지막에는 이들을 출연자들이 직접 만나 실제 인천 홍보영상에 들어갈 노래와 안무를 배우는 과정들은 의미와 가치를 갖는 재미라는 점에서 다르다.

<12> 시즌4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1년 간 프로그램은 연정훈, 김종민, 문세윤, 김선호, 딘딘, 라비라는 새로운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그 매력을 충분히 끄집어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몸 풀기가 끝났다면 <12> 시즌4는 좀 더 이 시즌에 맞는 색다른 프로젝트와 기획들을 선보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번 1주년 프로젝트는 어쩌면 새 시즌의 가능성을 보여준 면이 있다. 틀에 박힌 단순 복불복 여행이 아닌 매회 색다른 프로젝트가 있는 여행을 과감히 시도하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예능이라는 위상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될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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