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김순옥 작가가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방식

[엔터미디어=정덕현] 오윤희(유진)가 심수련(이지아)을 살해했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시즌1 마지막회를 남기고 이 충격적인 떡밥을 던졌다. 한때는 헤라펠리스에서 유일하게 오윤희가 의지하며 언니라 부르던 심수련이었지만, 단 몇 회 만에 그가 그 언니를 칼로 살해했다는 너무나 자극적인 떡밥.
가난한 약자이자 서민의 대변자처럼 등장했던 오윤희가 어느 순간부터 흑화되기 시작한 건 바로 이런 전개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다. 갑작스레 오윤희가 심수련을 피하고 심지어 이 모든 악의 축이라 할 수 있는 주단태(엄기준)와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은 사실 납득하기 쉽지 않은 급작스런 전개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이유로 제시된 건 오윤희의 기억이다. 민설아(조수민)가 헤라펠리스에서 떨어져 죽은 날, 술에 취해 그 곳에 갔었던 오윤희. 그는 예비합격자 1번이었던 딸 배로나(김현수)가 청아예고에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래서 민설아를 그 높은 곳에서 밀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민설아가 사망한 다음 날 오윤희는 딸의 추가합격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과연 오윤희의 이 기억은 믿을만한 것일까. 술에 만취했다고는 해도 누군가를 밀어 죽인다는 그런 경험을 과연 없었던 일인 양 기억에서 지웠다가, 어느 순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걸까. 이 개연성 떨어지는 설정 하나는 그러나 오윤희의 흑화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고 결국 그 파국은 주단태와의 불륜에 이어 심수련 살해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만일 오윤희의 기억이 자신의 상상이었을 뿐 실제가 아니라면 어떨까. 그건 시청자들을 낚기 위한 김순옥 작가의 트릭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일부 시청자들 중에는 오윤희가 심수련을 죽인 것처럼 연출되어 있는 상황들 역시 또 하나의 트릭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워낙 반전이라며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쳐왔던 작가의 전적들 때문이다.

실제로 오윤희가 심수련을 살해한 것처럼 보여진 장면들 속에는 석연찮은 구석들이 적지 않다. 마침 양미옥 집사(김로사)가 심수련에게 전화를 걸어 석경(한지현), 석훈(김영대)이 주단태에게 학대를 받는다고 말한 바 있고, 그래서 급히 찾아간 집에서 심수련이 칼에 맞을 때 그 칼을 휘두른 실제 인물의 얼굴은 등장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피 흘리며 쓰러진 심수련이 보였고 이어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는 로건리(박은석)가 인서트 되었다가 다음 장면에 오윤희가 칼을 뽑으며 놀라는 장면이 나왔을 뿐이다.
장면은 마치 오윤희가 심수련을 살해한 것처럼 꾸며져 있지만, 칼에 맞아 쓰러진 심수련을 발견하고 오윤희가 단지 놀라서 그 칼을 뽑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 그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죽였다고 말하는 대목은 심수련에 대한 심적인 죄책감(심지어 살의까지 품었던)일 수 있다. 오윤희라는 캐릭터가 살의를 품은 것으로 실제 살인을 저지른 것처럼 기억할 정도로 죄책감을 갖는 인물이라면, 민설아를 죽인 것도 그가 아닐 가능성이 충분하다.

단지 추정일 뿐이지만 오윤희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살인범일까.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어 심수련을 그 곳으로 오게 한 인물, 양집사가 의심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그는 심수련이 집을 비웠을 때 마치 그처럼 꾸미고 집을 활보하고 다니는 이상행동을 보였던 인물이다.
<펜트하우스>는 이제 시즌1의 마지막회만을 남겨 놓고 있다. 그런데 오윤희가 모든 살인을 저지른 것처럼 끌고 가는 드라마의 분위기에는 여러모로 석연찮은 구석들이 많다. 과연 그는 진짜 살인자였을까. 아니면 작가가 시청자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트릭일 뿐일까. 만일 트릭이라면 김순옥 월드가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아끌고 가는가를 미루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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