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혼’, 이혼도 행복을 위한 한 선택이라는 걸 보여주는 이하늘·박유선

[엔터미디어=정덕현] “오빠가 그릇 세트 좀 사줄까, 선물해줄까도 생각했는데, 만약에 시간이 지나서 네가 남자친구가 생겼어. 내가 그릇을 사주면 그 남자가 되게 싫어할 거야.”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그릇이 없어 반려견 밥그릇에 담은 음식을 먹다 그릇이나 사러가자던 이하늘은 갑자기 생각난 듯 전 부인 박유선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

이혼했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를 편하게 던지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게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하늘이나 그 이야기를 듣고 “맞아”하며 맞장구를 쳐주는 박유선은 놀라울 정도로 쿨하다. 둘이 앉아 밥을 먹거나 대화를 나눌 때는 심지어 애틋함 같은 게 느껴질 정도지만 두 사람은 그렇다고 서로의 경계를 넘어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들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혼 부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결국 <우리 이혼했어요>가 보여주려는 건 이혼 또한 각자의 행복을 위한 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차를 타고 그릇을 사러가는 길, 이하늘은 이 방송 전 만나서 밥을 두 번 정도 먹은 여자가 있었다며 방송 후 그 분이 “두 사람 잘 되길 빈다”고 했다는 사실을 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제는 꼭 뜨거운 사랑을 안 해도 된다며, ‘친구 같은 사람’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자 박유선은 그래도 “오빠는 사랑다운 사랑”이어야 한다며 자신이 그걸 못해줬다고 선선히 말한다. 결혼 시절 이야기부터 최근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까지 이들은 거침이 없다. 심지어 이하늘이 박유선에게 앞으로 만날 사람은 “안정된 사람”을 만나라고 할 정도니.

돌아오는 길 이하늘은 이 방송이 박유선에게 줄 부담을 걱정한다. 이혼녀라는 딱지가 붙을 거라는 것. 하지만 그런 이하늘에게 박유선은 “뭔 상관”이냐고 “내 걱정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선을 긋는다. 뜬금없이 이하늘이 이혼 사유에 자신의 책임이 90%라고 말하자, 박유선은 갑자기 왜 그러냐고 웃는다. “내 꼬리표 떼주려고?” 하는 말이냐는 것. 그러면서 박유선의 하는 말이 압권이다. “걱정하지 마. 내 매력이 이겨.”

밥 먹으러 가서도 이들의 세상 쿨한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이하늘이 하필이면 자신이 사는 일산으로 이사온 것에 대해 이유를 묻자, 박유선은 집값 때문이고 일산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라며 이하늘이 거기에 이유를 둘까봐 걱정하긴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하지만 이하늘은 여기에 대해서도 쿨하게 그런 생각 1도 안한다고 손사래를 친다. 또 박유선이 근처로 이사온 것에 대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그가 온 것이 적어도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박유선은 쿨한 한 마디를 놓치지 않는다. “일산이 오빠 거야?” 물론 농담이 섞여있지만 착각하지 말라는 것. “진짜 싫으면 더 무시하고 올 수 있지.”라며 “자금적인 걸로 최고인데 진짜 싫은 사람이 있다고 내가 왜 일산을 포기해야 하는데”라고 웃으며 답한다. 역시 웃으며 “오빠가 생각이 짧았네”라 말하는 이하늘이 스스로 차도남이니 뭐니 해도 박유선의 쿨함 앞에서는 무너지는 모습이다. 그 광경이 꽤 유쾌하게 다가온다.

이런 이들의 모습은 이 프로그램이 꺼내놓은 이혼 후의 관계에 대한 바람직한 하나의 상을 드러낸다. 물론 이혼이라는 선택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불행한 선택으로만 치부될 필요는 없다는 걸 이들의 관계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혼해도 편하게 지낼 수 있고, 서로 의지가 되어줄 수 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적당한 거리는 지키는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 이하늘과 박유선의 세상 쿨한 관계는 그걸 말해주고 있다.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자극성 강한 재미와 함께 악플폭탄 돌리기 등 비판도 적지 않은 ‘우이혼’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가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